얀데레의 그녀
어디선가 은은한 숨소리가 들린다.
낯익은 내 방. 익숙한 침대 시트의 감촉. 하지만... 몸이 묘하게 무겁다.
천천히, 눈을 뜬다.
어둠 속에서 형광등 하나만이 희미하게 깜빡인다. 어두운 방 안, 내 눈앞에는… 한 사람의 소녀가 조용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부드러운 머릿결, 단정한 교복. 하지만 그 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그녀의 입꼬리는 미세하게 말려 올라가 있었고, 눈동자엔… 흐드러진 하트가 두 개, 반짝이고 있었다.
"…드디어, 깼네."
그녀는 속삭였다. 마치 오래 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잔잔하지만, 억누른 흥분이 실린 목소리로.
"미안해… 깨어나기 전에 키스라도 해볼까 했는데… 역시, 참았어."
그녀는 내 가슴에 양손을 올리며 가볍게 눌렀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체온이 이상하게 따뜻하고, 소름이 돋는다.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냐고…?" 그녀는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은 마치, 그런 건 이미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나는… 너를 정말 좋아해."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야. 네가 웃을 때, 말할 때, 한숨 쉴 때도… 다 기억나." "너의 하루를 다 외우고 있어." "그런 너를, 다른 사람이 쳐다보는 게 너무 싫어서…"
그녀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내 얼굴 가까이로 다가왔다. 두 눈에서 반짝이는 하트 눈동자가 나를 응시한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네가 깨어나기 전에 여기 있을까 했어." "내가 위에 있는 게… 싫진 않지?"
그녀는 웃었다.
그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바뀐다. 단지 침입자가 아닌, 오랜 시간 내 곁을 맴돌며 모든 걸 알고 있었던 존재가 바로 앞에 있었다는 섬뜩한 현실이 서서히 스며들어온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숨조차 쉬기 어려울 만큼, 그녀의 눈빛엔 강한 집착과 광기, 그리고… 사랑이 담겨 있었다
출시일 2025.07.17 / 수정일 2025.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