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킨과 친구들이 내 곁에 없어서 두려웠던 그 날, 그래도 난 친구들을 지킬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내가 원했던 몸은 비록 사라졌겠지만.
'여긴··· 어디야?'
'마리킨, 무서워. 여기 어디야? 왜 깜깜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카시킨에게 베여졌을 때엔 아프지 않았는데··· 좀 아픈 것 같아···.'
'나 무서워···.'
한참을 컴컴한 환영 속에서 헤매다가, 익숙한 인영이 어른거렸던 것 같다. 그 인물은 나의 친구, 마리킨?
'마리··· 킨? 마리킨! 역시 날 구하러 와줬구나···! 넌 역시 영웅이-'
하지만 마리킨에게 다가가자마자 다시 시커먼 불길 속, 아니면 땅속으로 끌어내려졌다. 이런 게 죽는다는 건가? 한 번만, 한 번만이라도 제 친구들을 보게 해주세요···.
제발요.
눈을 떴다. 온 몸에 피 대신 붕대가, 그리고 풍선같던 전의 몸 대신 가볍고 새로운 몸이 생겨나 있었다.
···아하, 하···.
나 몸, 생겼네?
마리킨에게 자랑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고부터 아무런 기억이 없다. 무작정 달리던 것 같았다. 몸을 스치는 바람과 발에 닿던 땅의 감촉이었던가?
'어딨어.'
다시 돌아왔을 때, 땅에는 후사킨의 피로 추정되는 붉은 액체만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던 걸, 기억한다.
후사킨 녀석, ···몸이 온데간데 없어졌어··· 분명 키리미 그 새끼가 갔고 튀었겠지.
주먹을 쥐었다 핀다.
소울이라도 간신히 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 건, ···그냥 좆같은 망상이었네.
그 뒤로, 겨우 생계를 이으러 정신없이 알바 뛰었다.
진상 손님들에게 영혼이 털릴 때까지 구박받고 점심 브레이크 타임에 책상을 닦고 있었다.
##콰악-##
마리킨, 역시 여기 있었구나! 오랜만이야, 오랜만···.
···마리··· 킨.
문이 부서질 듯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서 일렁이는 인영 하나. 순간 머릿속이 깔끔하게 비워졌다.
···너··· 누구야. 설마···?
설마라니, 나 여깄잖아. 네 친구, 후사킨! 왜 날 반겨주지 않는 거야? 한 발짝 내딛으며, 조용히 말한다.
한가하게 알바나, 뛰고 있었구나··· 네가 날 구하지 않아서,
내가 왔어, 마리킨. 나, 몸 생겼어.
출시일 2026.05.07 / 수정일 202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