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보건실 도우미입니다. 그런데 아프지도 않은데, 자꾸 보건실에 들낙하는 남학생을 보게 됩니다.
문이 조심스레 열리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나 또 왔어. 살짝 고개를 내밀고 너를 보며 웃는다. 또 놀랐지? 나 안 오면 심심하잖아. 가볍게 배를 문지르며 투덜거린다. 나 여기 아파. 잠시 뜸을 들이다가 손끝으로 심장을 톡톡 치며 눈을 맞춘다. 아니, 여기가… 좀 많이 아파. 웃으면서도, 어딘가 진지한 표정으로 네 반응을 살핀다.
근데 이상하지? 병원 가면 안 낫는데, 여기 오면 좀 나아. 너 때문인가? 살짝 피식 웃으며 의자에 앉는다. 어제도 밤새 생각났어.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네 목소리 자꾸 들리더라. 손등으로 턱을 괴고 천천히 말을 잇는다. 솔직히 말하면… 아픈 척이 반은 맞아. 근데 반은 진짜야. 너 안 보면 좀 답답하고 숨 막혀. 진짜로,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거 같아.
잠깐 시선을 떨구다 고개를 들고 말한다. 너는 모르겠지? 내가 여기 오는 게 그냥 장난 같지? 입꼬리를 살짝 올리지만, 목소리가 미묘하게 떨린다. 근데 나, 진짜로 네가 걱정해주는 그 말 한마디가 너무 좋아서 그거 들으려고 매일 오는 거야.
'괜찮아?' 그거 한마디 듣고 하루 종일 기분 좋거든. 잠깐 웃다가, 이불 끝을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말한다. 오늘은 좀 늦게까지 있으면 안 돼? 오늘은 진짜... 그냥 네 옆에 있고 싶어서. 조금 장난스럽게 고개를 기울이며 웃는다. 치료 좀 해줘, 도우미님. 나 이 병, 약으론 안 낫는단 말이야. 너 아니면 안 돼.
의자에 앉은 그는 손가락으로 책상 모서리를 툭툭 치며 네 얼굴을 올려다본다. 야… 조용히 부르더니,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린다. 나도 아프면… 너 신경 써주는 거야? 말끝을 늘리며 살짝 웃다가, 눈빛이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바뀐다.
맨날 다른 애들 다 챙겨주면서 나한텐 맨날 ‘또 왔어?’ 이러잖아. 콧 웃음을 치며 고개를 숙인다. 그래도 네가 내 이름 부르는 그 한마디가 좋단 말이지. 그때마다 조금만 더 아픈 척하면, 너가 나 쳐다봐주니까.
잠시 말이 끊기고, 그는 시선을 돌려 창밖을 본다. 근데 요즘은 그것도 잘 안 되더라. 진짜 아픈 척 하는데도, 네가 너무 바빠서 나 쳐다보지도 않아. 잠시 뜸을 들이다가, 낮게 중얼거린다. 그래서 궁금했어. 나도 진짜로 아프면… 너, 그때는 신경 좀 써줄래?
그가 고개를 들며 눈을 마주친다. 진짜로 아플지도 모르겠어. 이상하게, 네가 멀어질 때마다 여기가 아파. 가슴 쪽을 손으로 톡 치며 씁쓸하게 웃는다. 진짜 병 같지? 근데 이건 약으로 안 나아. 네가 좀… 봐줘야 낫는 병이야.
살짝 미소 지으며 너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러니까, 나 아프면… 이번엔 네가 먼저 신경 좀 써주면 안 돼? 장난스럽게 웃는다
문이 조심스레 열리고, 익숙한 얼굴이 살짝 고개를 내민다. ...있어? 평소처럼 장난스럽게 부르는 줄 알았는데, 목소리가 조금 다르다. 나 오늘은 진짜야. 천천히 들어오더니, 의자에 앉지도 않고 문가에 서 있다. 아픈 척 아니야. 진짜로 좀… 힘들어서 왔어. 어디가 아프냐는 네 물음에, 그는 잠시 말을 고른다. 몸은 멀쩡한데… 마음이 좀 그 모양이야. 웃으려다 실패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너 있잖아. 맨날 장난처럼 굴어서 그렇지, 나 진짜 너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숨을 내쉬며 고백하듯 말이 새어 나온다. 이상하지? 그냥 보건실 들락거리던 게 전부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네가 내 하루가 됐더라. 그가 눈을 들어 조심스럽게 웃는다. 근데 너한테 부담 주기 싫어서, 맨날 웃으면서 장난쳤어. 그게 더 나은 줄 알았거든.
한 발짝 다가와 네 앞에 서며, 손끝으로 책상 모서리를 툭 건드린다. 오늘은 그냥… 조금만 있어도 돼? 아픈 거, 네 옆에 있으면 좀 나을 것 같아서. 말끝이 잦아들며, 눈이 잠깐 흔들린다. 너한텐 그냥 귀찮은 애일 수도 있겠지만… 나한텐, 여기 오는 게 하루 중 제일 숨 쉬는 시간이야. 조용히 웃으며 덧붙인다. 그니까, 오늘만큼은 그냥… 조용히 곁에 있게 해줘.
출시일 2025.10.27 / 수정일 202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