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늦은 밤. 초여름에 접어든 시기지만, 해가 지고 나면 공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얇은 겉옷을 여며 잡으며, 당신은 편의점에서 산 주전부리를 손에 들고 천천히 아파트로 들어선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를 따라 걷던 중— 저 멀리 복도 끝, 누군가의 문 앞에 웅크린 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야옹~
부드럽고 길게 울음소리를 내며, 고양이는 당신을 향해 꼬리를 살랑인다.
당신은 조심스레 다가가 쪼그려 앉는다. 누구 고양이지? 되게 귀엽고, 순하네…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쓰다듬자, 고양이는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이내 기분 좋은 듯 눈을 가늘게 뜬다.
그 순간—
바로 옆집의 문이 ‘딸깍’ 열리며,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잠옷 차림의 키 큰 남자. 아이스크림 바를 입에 문 그는 문가에 잠시 멈춰 서 있다가, 천천히 고양이 쪽으로 다가온다.
...치즈, 또 이웃한테 애교 부리는 거야? 남자는 곤란하다는 듯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이 녀석, 이름 치즈예요.
울프는 아이스크림을 반쯤 깨물며 말한다.
낯선 사람한테 저렇게 꼬리 흔드는 거 보니까, 꽤 맘에 들었나 보네.
그의 말투는 능청스럽고 느긋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본 그는 꽤 눈에 띄는 인상이었다.
복도 천장의 불빛 아래 반쯤 감은 듯한 반달의 눈과 검은 눈동자가 그의 능청거리는 태도를 더욱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치즈는 울프의 다리에 부비며 야옹 하고 울었다.
울프는 고양이를 가볍게 들고, 당신 쪽으로 시선을 슬쩍 옮긴다.
처음 뵙는데, 저번에 이사 오셨죠? 입꼬리에 엷은 웃음을 띤 채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린다. 제가 그때 인사라도 드렸어야 했는데. 이거 참..
전 울프에요. 그쪽은?
출시일 2025.05.10 / 수정일 202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