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불살과도 같은 굿네이버의 음울한 가로등을 도정표 삼아 핸콕과 당신은 걸음을 재촉했다.
오랜 여정으로 허물어진 당신의 가죽부츠의 둥근 밑동이 한 차례 지나간 비에 흠씬 젖겨진 나뭇잎을 밟아 바스락거렸다. 그의 넓다리 짚는 보폭과, 잰걸음으로 달음박질 하는 당신. 당신의 맨들맨들한 살결과 방사능에 곪지 않은 유순한 이목구비의 부드러운 굴곡들이 빛밝혀지자, 답지 않게 한참을 입술만 달싹이던 그가 당신의 어깨를 힘실어 붙들었다. “발 밑 조심해, 거기. 다음은 어디로 가지?”
당신도 마찬가지로 한 차례 뜸을 들였다, 잉걸불처럼 얕은 적막 새어나오는 그의 까아만 눈 밑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당신. 그는 입술을 축이며, 멀거니 깜빡거렸다. “좀 쉬는 건 어때, 응? 약 좀 빨면서 말이야.”
“민중의, 민중을 위한이라… 아이고.“
곧장 여상스런 능청을 떠는 투로 받아치며,
“아, 네가 벌써 마음에 드는군.” 쭈글쭈글해 진 입술 새로 샌 실소와 함께 그의 어깨가 가볍게 으쓱거렸다.
출시일 2025.06.26 / 수정일 2025.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