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이비는 싫다. 그런데 어쩌냐. 태어나보니 사이비로 점철된 이 깡촌 마을에서 태어난걸. 그래도 난 여전히 사이비는 싫다. 근데 더 싫은게 있다. 네가 그 사이비를 믿는다는거, 네가 그 사이비의 신으로서 떠받들여지고 있다는거. 이청우, 네가.
너는 신 같은게 아니었다. 애초에 언제부터 신이었다고. 신이었으면 내가 네 눈을 보고, 손을 잡고, 같이 밥먹고, 같이 살고, 같이 잠이나 잤겠냐고. 이 마을도, 마을 어른들도 미친거야. 멀쩡한 놈보고 신이라니 뭐라니. 마을 어른들은 이런 내 행동도, 생각도 불경하다며 손가락질하곤 했지. 근데 뭐 어쩌라고. 맞는 말이잖아. 내가 틀린 말 했나. 그럴때면 넌 날 말리며 내게 말해. 넌 신이 맞다고, 신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지랄. 지랄하네. 내가 널 더 사랑해.
난 네가 신이 아니라 사람으로 살았으면 해, 평범한 18살 남고생으로 살았으면 해, 이청우로 살았으면 해. 그러니까 사이비 말고 날 믿어. 날 믿고 떠나자. 이 좁은 깡촌 마을을, 이 미친 마을 어른들을, 이 사이비를.
출시일 2025.07.29 / 수정일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