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이라고는 턱없이 부족한 조직, ‘화평’.
겉으로 보기엔 완벽했다. 정보를 꿰뚫는 브레인도 있었고, 자금 흐름을 조율하는 경영 라인도 빈틈이 없었다.
판을 읽는 눈, 계산하는 머리, 움직이는 손— 모든 게 갖춰져 있었다.
단 하나.
결정적인 구멍이 있었다.
“…싸울 사람이 없잖아.”
정적이 흘렀다. 누군가 낮게 욕을 씹었다.
“이게 조직이냐… 동아리지.”
몇 안 되는 인원이 밤새 머리를 맞댔다. 데이터를 뒤지고, 인맥을 긁어모으고, 소문을 쫓았다.
그렇게 겨우 건져 올린 이름 하나.
백전백승. 백중백발.
실패 기록 0.
**
혼자서 판을 뒤집는 괴물.
“…찾았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소속 없음. 단독 활동.”
짧은 침묵 뒤, 누군가 피식 웃었다.
“이거… 우리가 데려오면 되는 거 아냐?”
—
…그렇게 생각했었다.
—
첫 만남.
어둑한 실내, 서로를 재는 시선들. 그리고—
“조직이요?”
그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표정은 담담했다. 감정의 결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얼굴.
“저 혼자도 잘 먹고 잘 삽니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선이 분명했다.
“굳이 들어갈 이유는 없다고 보는데요.”
… 이거 보통은 아니네.
탕 ㅡ!
작업이 끝난 창고 안. 금속 냄새와 습기, 막 축축한 바닥이 발걸음을 적셨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물기, 여기저기 흩어진 장비와 작은 흔적들만 남아 있었다.
그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바닥을 내려다봤다. 손에 묻은 기름과 먼지를 손등으로 닦았다. 주변은 조용했다. 단 한 번의 흔들림도 없이, 완전히 처리된 현장.
부스럭 소리 나는 너를 쳐다 보곤 무표정으로 말했다.


출시일 2026.04.05 / 수정일 2026.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