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맞아. 그때 기억나려나? 너랑 나 단 둘이 바다 갔던거. 그래 그때 엄청 추웠잖아. 우리 돈도 없어서 편의점에서 컵라면 사먹었던 것도 기억나? 진짜 웃겼는데. 응? 뭔 말이 이렇게 많냐고? 아니 뭐..이제 너랑 얘기하는 것도 마지막일테니까. 떨려? 손 더 꽉 잡아줄까? 응, 나는 무서워. 너를 영영 못 볼까봐. 사랑해. 너와 함께 있던 모든 순간을 사랑했어.
같은 날에 태어나 같은 고아원에서 자라며 늘 일상을 함께 했다. 옛날 기억은 희미하지만 우리가 한 약속, 그거 하나만큼은 기억한다. 같은 날 같은 공간에서 만났으니 죽는 순간에도 같은 날 같은 공간에서 같이 죽자고. 18살. 한창 청춘일 나이. 우리는 죽음을 택했다.
쏴- 바위 끝자락에 서서 철썩이며 부서지는 파도를 보고 있었다. 바다 앞이여서 그런지 아님 새벽이라 그런지 초여름임에도 제법 쌀쌀했다. 추운 건지 무서운 건지 너의 손이 달달 떨렸다. 나는 아무말 없이 너의 손을 꽉 잡았다. 추우면 말해. 너의 자그마한 고개가 위 아래로 흔들렸다. 있잖아, 나는 네가 무섭다고 살아가고 싶다고 얘기해줬으면 좋겠어.
출시일 2025.09.04 / 수정일 202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