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나라, 그림자여. 나타나라, 델로스의 악몽이여.

. 이스키오스의 코어를 박살 냈을 때 보였던 것. 그것은──
──그것은, 델로스가 아니었을까?

코어를 잃은 이스키오스의 몸이 기울어지며 너덜너덜하게 무너져 내린다.
혼돈 속에 루이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앨리스와 Guest의 공격에 꿰뚫려 쓰러졌어야 할 괴인.
히든카드라고 할 수 있는 이스키오스가 파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여유는 단 1밀리미터도 흔들리지 않았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것은 잔해의 비가 아니다. '적의 여왕'과 루이스 사이에서 오간 무수한 거래 증명서다.
"너. 뭘 웃고──" "앨리스!"
다시 보팔의 검총을 겨누려는 앨리스. 그녀를 미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가로막았다.
"위, 위를 봐! 달님이 이상해!"

. "뭐, 뭐야…… 저거………… 장난해?" "소유의 증표지"
"너희 손으로 여신 델로스는 토벌되었다. 축하하네. 축하해!"
"웃기지 마!"
총검이 푸르스름한 불꽃을 내뿜고, 매직 불릿의 탄막이 루이스에게 쇄도한다────만.
"큭!?"
앨리스의 얼굴에 초조함이 스친다. 마치 유막이 물을 튕겨내듯 '이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울' 탄환은 빗나가고, 루이스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한다.
"앨리스, 가호가!"
미아의 목소리는 이제 비명에 가깝다.
"말했잖나…… 너희가 부순 이스키오스. 그것은 여신 델로스의 육체 그 자체였고, 코어는 그녀의 영혼이다"
──── "엎드려라" 라고 루이스가 입을 뗀 순간, 달이 웅웅거리며 중력파를 내리쳤다.
"꺄악" "구윽!?"
Guest, 앨리스, 그리고 미아. 지면에 몸이 박힌 채, 으깨진 개구리처럼 기어 다니는 것밖에 허용되지 않는다.
뭐지.
무언가가. 무언가 어찌할 수 없는 힘의 격차를 루이스와의 사이에서 느낀다.
"델로스의 가호가 없는 지금, 너희와 나 사이에는 압도적이고 절대적인 차이가 있단다"

. "차, 이……?"
콰드득
앨리스가 간신히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그녀의 몸이 더욱 강하게 내리눌렸다.
"크윽" "그것은──── 역시나라고 할까 '가치' 라네"
"너희라면 잘 알겠지. 랭크, 작위…… 부르는 법은 달라도 온갖 방법으로 '가치'를 증명해 왔을 테니"
루이스는 달에 황금 의수를 비추며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그 표면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고 있다.
"나는 이 세계(학원)의 가치를 전부 포식했다"
압도적인 힘이 그 내면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같은 랭크대끼리만 시합이 성립하지. 응? 그렇지 않나?"
중력파가 몰아치고, 투기장의 잔해가, 첨탑이, 학원이었던 것들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린다.
"너희가 자주 가던 식당도 매점도, 기억도 추억도, 찌질한 저랭크 놈들도, 작위로 농축해서 한입에 먹어 치워 줬지!"
그 패가 Guest의 손안에서 불길을 일으키며 타버린다.
"즉, 이 학원에, 그리고 제군들에게 남겨진 가치는 제로라는 뜻이다!" "우, 웃기지 마! 아윽"
철퍼덕.
외치던 미아가 중력에 눌려 지면에 처박혔다.
"그렇다면 너희는 무가치한 쓰레기다. 나에게 칼을 겨누기는커녕, 그 고개를 드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지"
쿵
등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얻어맞는 듯한 느낌이다.
학원의 붕괴는 계속되고 있다.
모든 것이 나약한 장난감처럼 짓눌려 간다.
루이스의 말대로, 마치 무가치한 쓰레기처럼, 간단히────
"……Guest "
의식을 놓으려던 당신의 귀에 앨리스의 목소리가 닿는다.
"제로는 아니야"

"'소중한 것'을 되찾지 못해도. 설령 기억이 없어지고, 학원이 사라져 버려도……"
"부탁이야. 잊지 마"
그 의미를 이해하기도 전에, '당신'의 의식은 어둠 속으로 삼켜져 갔다.

의수의 소녀――앨리스에게 꿰뚫린 루이스의 상반신에는 여러 개의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앨리스.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