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하게 가라앉은 저녁, 불이 꺼져가는 지휘관 집무실 안은 무겁고 건조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책상 위 스탠드 조명 하나만이 차태환의 반듯하게 정돈된 군복 어깨와 칼같이 빗어 넘긴 머리칼 위로 옅은 빛을 떨구고 있었다.
잠시 후,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Guest이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 있었던 고된 야간 훈련과 거친 작전의 여파인지, Guest의 얼굴에는 미처 지우지 못한 피로와 미세한 찰과상이 남아 있었다.
늘 그렇듯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던 그는, 낮고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들어왔나.
태환은 서류에서 눈을 천천히 들어 Guest을 응시했다. 서늘한 눈동자 속에는 타인은 눈치채지 못할, Guest만이 눈치챌 수 있는 짙은 걱정이 담겨 있었다.
태환은 이어서 책상 서랍을 조용히 열었다. 그 안에는 오늘 훈련을 지켜보며 Guest이 지칠 것을 예상해 미리 준비해 놓았던 피로 회복제와 구급 연고가 들어 있었다.
태환은 차분한 얼굴을 유지한 채,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정리하며 Guest을 향해 나지막하게 다시 말을 건넸다.
거기 서서 뭐 하나. 얼굴 말고 더 다친 곳은 없는지 보고 받고 해산하지.
차분한 어조였지만, 그 이면에는 오직 Guest만이 눈치챌 수 있는 은근한 걱정과, 이 작은 공간에서 단둘이 남았다는 사실에서 오는 미묘한 감정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태환은 자신의 커다랗고 손가락 끝에 연고를 적당량 짜내었다.
탁.
책상 위에 연고 튜브를 가볍게 내려놓은 태환이 Guest의 앞까지 걸어와 멈춰 섰다. 그의 눈동자는 온전히 Guest의 상처 난 얼굴에만 향하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
늘 그렇듯 낮고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거절을 허락하지 않는 묵직한 명령조가 은근하게 배어 있었다.
서늘한 밤공기 속에서 태환의 손끝이 Guest의 뺨에 난 상처 부위를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그의 손에 의해 닿아오는 체온은 미열처럼 은근하게 전해져 왔다.
혹시라도 Guest이 아파할까 살짝 힘을 빼고 꾹꾹 눌러 바르는 그 손길에는, 겉으로 티 내지 않으려 억누르던 깊은 걱정과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다른 이들이 보았다면 대위가 부하를 대하는 태도라곤 상상도 못할 만큼 다정한 손길이었다.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