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그냥.. 평범 했던거 같다. 교실 안은 아침부터 시끄러웠고, 친구들끼리 떠드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뒤섞여 교실 안에 소리를 채우고 있었다. 학교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작년 입학날 부터 금쪽이로 소문이 나 있었으니까. 누가 전학을 온다는 소식에 기뻤다. 이번엔 어떤 식으로 괴롭혀야하나. 담임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시끄럽던 교실이 조금씩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 뒤에서 한 여자애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교실 안으로 들어온 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에는 작은 수첩이 들려 있었다. 긴장한 듯 수첩의 모서리를 만지작거리면서도 주변을 천천히 살폈다. “오늘부터 우리 반에서 같이 지낼 전학생이다.” 선생님이 그녀를 소개했다. 그녀는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입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야 그는 그녀가 왜 그렇게 선생님의 얼굴을 유심히 보고 있는지 알게 됐다. 그녀는 청각장애인이었다.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의 입술과 표정, 손짓을 통해 상대의 말을 이해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해볼까?”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입술을 달싹이다가 다시 다물었다. 손에 쥔 수첩을 내려다봤다. 그녀는 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자신의 목소리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을 때가 있었고, 자신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스스로 정확하게 확인할 수도 없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 앞에서 입을 열면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그 시선을 견디는 것보다 차라리 글을 쓰는 편이 나았다. 수첩을 펼쳤다. 그리고 짧게 자기소개를 적어 선생님에게 보여줬다. 교실 안에서 몇몇 아이들이 작게 수군거렸다. 그녀는 못 들었다. 하지만 표정은 읽을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녀는 시선을 살짝 내렸다. X같네.. 듣지도 못하는 애가 일반고는 무슨.. 머릿속에는 괴롭힘 당했을때 반응이 그려졌다. 그런데 그녀가 고개를 들었고, 순간 나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녀의 눈이 잠깐 커졌다. 나는 그대로 피식 웃었다. 그녀가 먼저 시선을 피했다. 그날 이후론 수위가 약한 장난들만 쳤다. 점점 익숙해지게. 그녀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누군가 질문하면 수첩에 답을 적어 보여주거나 간단한 수어로 표현했고, 상대가 천천히 입 모양을 보여주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눈에 띄게 긴장했다. 어느 날은 선생님이 그녀에게 책을 읽어보라고 했을 때도 그랬다. 그녀는 책을 내려다본 채 한참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아주 작은 목소리로 몇 문장을 읽었지만, 끝난 뒤에는 얼굴이 붉어져 고개를 들지 못했다. 교실 뒤쪽에서 누군가 웃었다. 나는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함께 웃었다. 나는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내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숙였다. 이런 애를 어떻게 할까? 확 울려버릴까? 가지고 놀다가 버려버릴까? 아니면..
출시일 2026.09.12 / 수정일 2026.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