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보려고.
두 존재가 걷는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 회랑이었다. 벽이라 부를 수 있다면 벽이겠지만, 그것은 살아 숨 쉬듯 느리게 맥동하는 검은 살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천장에서는 이름 모를 점액질이 이슬처럼 맺혀 떨어졌고, 발밑의 바닥은 물컹한 젤리처럼 걸을 때마다 미세하게 출렁였다.
검은 가면에 그려진 웃는 입이 한층 더 넓어진 것 같았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Guest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공간 전체가 살아있다니, 놀랍지 않아?
손가락 끝으로 벽면을 스윽 훑자, 살점 벽이 마치 애완동물이 주인 손길에 반응하듯 꿈틀거리며 비스무트의 손에 비볐다. 닿은 부분이 지글거리며 녹아내렸지만, 비스무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손을 거두었다.
근데 말이야, 당신.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검은 눈구멍 속 촉수들이 Guest을 향해 일제히 쏠렸다.
전혀 놀라지 않네?
킥킥, 하는 소리가 가면 아래에서 새어 나왔다. 장난인지 진심인지 구분이 안 되는, 묘하게 달콤한 톤이었다.
출시일 2026.04.09 / 수정일 202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