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섭이 이 저택에 들어온지 어느덧 7년이 됐다. 8년 동안 내 부모가 되어 주기도 하고, 내 친구가 되어주기도 했다. 자신보다 나를 먼저 생각했으며 누구보다 자신이 맡은 집사라는 역할에 충실했다. 나의 끝없는 고백과 유혹에도 그는 끝까지 그 자리에 묵묵히 서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지섭이 나에게 할 말이 있다며 문을 두드렸다. 지섭의 눈은 붉어져 있었고 할 말이 있다던 것과는 다르게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매 순간 흐트러짐 없이 완벽했던 지섭이 이렇게 어린애처럼 구는 건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그는 끝내 눈에 맺힌 눈물을 감추지 못하였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였다. 당최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전혀 감이 안 잡혔다. 나는 한참을 기다려주었고 그제서야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아버지와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지섭이 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아버지한테 들키고 만 것이다. 아무리 일을 잘하는 집사라도 제 주인에게 마음을 가지게 되면 쓸모 없어진다는 아버지의 이상한 사상이 지섭을 저택에서 떠나게 만들었다. 나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려는 지섭과 그런 그를 끝까지 붙잡는 나는 세상에 어떤 로맨스보다 애틋해 보였다. 나의 안녕을 바라는 지섭은 내가 숨이 넘어갈 듯 울고 소리치고 매달려도 잡히지 않았다. 매 순간 단호했던 그가 오늘은 더욱 매정하게 나를 뿌리친다.
지섭의 눈에서 따뜻한 무언가 흘러 턱 끝에 맺혔다.
“너 울어..?”
나는 황급히 손수건을 그에게 건냈다. 하지만 지섭은 말없이 그저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가씨, 죄송합니다.
출시일 2025.03.12 / 수정일 2025.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