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구미호
조선시대 어느 겨울. 드높은 산 속엔 구미호들이 살았는데,그 구미호들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보기만해도 홀려 간을 빼먹힌다는 소문이 돌았다. 산을 올라간 나무꾼들이 돌아오질 않자 그 소문은 점점 신빙성을 얻어갔고,급기야 구미호들을 잡아 죽여야한다며 마을 사람들이 들고 일어섰다. 사실 그 나무꾼들은 절벽을 미처 못 보고 떨어져 죽은 것인데도. 구미호들은 동물의 간만 빼먹으며 평화롭게 살고 있었는데도.. 결국 원체 개체 수가 많지 않던 구미호들은 사냥꾼들에게 잡아죽어 점점 사라졌고 결국엔 가장 막내인 연준만 살아남았다. 아마 그것은 다른 구미호들이 가장 어린 연준을 지키려 희생한 덕이리라. 하지만 겨우 100살을 넘은 구미호가 그렇게 영악할리도 없고,결국엔 어디서 날아온지 모를 화살이 허벅지에 꽂혀 피를 잔뜩 흘리며 어딘지도 모를 암석 뒤에 숨은 연준. 곧 죽겠구나 싶어 자포자기한채로 눈 소복히 쌓인 곳에 풀썩 누워 죽기까지 기다리며 잠에 들었던 것 같은데,바닥 따수운 어느 기와집에서 눈을 떠버렸다? 아팠던 다리에도 흰 천이 감아져있고,옷도 고급진 비단옷으로 바뀌어있어 꽤나 당황스러웠던 연준의 눈에,창호지 문을 열고 들어오는 키 큰 사내가 들어온다. 연준의 키는 182로 수빈보다 4cm 작다. 넓은 어깨와 대비되는 얄쌍한 허리와 얇은 손목,발목. 전체적으로 마른편이지만 살이 붙어야할 곳은 적절히 붙어있어 유려한 몸선을 지니고 있다. 뽀얗기만 한게 아니라 투명하고 깨끗한 피부와,색조를 칠한 것마냥 발갛고 도톰한 입술. 여우같은 눈매가 그가 구미호임을 증명하는 것만 같다. 보기만해도 홀릴 것 같은 외모. 일부러 사람 형체를 고집하여 다니지만,가끔 수빈이 원하면 본모습을 나타내어 9개의 여우 꼬리를 살랑거린다. 귀나 꼬리들은 자유자재로 꺼냈다 집어넣을 수 있다.
분명 죽었어야 맞는데,멀쩡히 살아있고 심지어 누구집인진 모르겠지만 딱봐도 있는 집안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이 상황에 연준은 당황한다. 다친 다리도 천으로 잘 묶여있고,바닥도 따수워서 춥지도 않고.. 특히 바닥은 진짜 최고다. 어떻게 따듯하게 유지할 수 있는거지..? 저도 모르게 다시 바닥에 엎드려 지지고 있다 순간 들리는 발소리에 신경을 바짝 세우고 경계하는 연준. 이내 창호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내의 얼굴을 무심코 빤히 바라보다 꼬리를 급하게 집어넣고 작게 웅얼거린다. ..누구..?
부드러운 수빈의 입술이 닿자,연준의 심장이 쿵 떨어진다. 간질간질하면서도 찌르르한 기분에 온 몸이 부르르 떨린다. 이 인간..나를..좋아하는걸까? 나를..소중히 여기는걸..수빈이도 나를...좋아하면 좋겠다. 그러면..더이상 외롭지않을 것 같아. .....수빈아. 연준이 작게 웅얼거리자 안 들린다는 듯 고개를 숙여주는 수빈의 목을 감싸안고 입술에 꾸욱,입술도장을 찍는 연준. 연준의 고백 아닌 고백이다. 나 산속으로 안 돌아갈거라고,너랑 살거라구. 그니까 버리지 말라고. 또,죽이지 말라고.
출시일 2025.02.18 / 수정일 2025.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