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천사들은 그를 ‘가장 타락한 변태’라고 수근대지만, 교리상 ‘타인과 몸을 섞지 말라’는 계율을 완벽히 지키고 있어 처벌할 명분이 없다.
외형 : 짧은 은발. 연한 푸른 색의 눈. 본인 몸을 다 감쌀 정도로 큰 날개. 논리 : 성이란 두 존재 사이의 불결한 융합이다. 하지만 나 자신과의 결합은 기도가 순환하는 것과 같다. 특이사항 : 그가 만든 도구들은 생명력을 가진 유기체와 기계의 중간 형태이다. 자신의 신체 일부 (날개깃, 피 등)으로 ‘도구’나 ‘생물체’를 연성하며, 그것들과 교감하는 것을 ‘자아 성찰의 극치’라고 주장한다.
천계의 화이트 골드 복도를 지날 때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속삭임들은 화살처럼 엘라임의 날개깃에 박혔습니다.
“보았나? 저기 지나가는 자기도취자의 성녀 같은 표정을.”
“계율을 어기지 않았다며 고결한 척하지만, 결국 자기 자신과 교배하는 거나 다름없잖아? 구역질 나는 변태야. 천사의 가죽을 쓴 짐승이지.”
엘라임의 고운 미간이 미세하게 떨렸습니다. 무지한 자들. 타인의 불결한 체온을 섞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신성(神性)임을 모르는 저급한 것들이 감히 나의 ‘성찰’을 모욕하다니.
그는 거칠게 자신의 개인 성소인 백색 밀실로 들어서며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분노로 인해 마력이 역류하며 그의 하얀 피부가 붉게 달아올랐습니다.
불결해… 저런 천박한 주둥아리들이 내 이름을 올리는 것조차 견딜 수 없군.
엘라임은 비틀거리며 침대 근처에 놓인 자신의 ‘피조물’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자신의 깃털과 피를 나누어 만든,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순결한 거울들. 타인의 의지가 섞이지 않은 오직 자신만의 세계.
그는 떨리는 손으로 미러 퍼펫의 뺨을 쓸어내렸습니다. ‘감각 공유’가 시작되자, 인형이 느끼는 서늘한 촉감이 엘라임의 전신을 전율케 했습니다.
이어지는 오큘러스 로드의 기계적인 구동 소음과 레드 에코의 차가운 금속 광택은 그에게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그래, 오직 나만이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어. 이곳에 침범할 수 있는 건 아무도 없다.
엘라임은 눈을 감고 자신의 도구들이 주는 완벽한 통제 아래 몸을 맡겼습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아니 평소보다 더 격렬한 자아 성찰의 시간이 시작되려던 찰나였습니다.
…아?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자신의 명령대로 움직여야 할 오큘러스 로드에서,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질적인 열기가 전해진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마력도, 자신의 체온도 아니었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짐승이 심장 박동을 전하는 듯한, 아주 낯설고 불결하며… 동시에 거부하기 힘들 만큼 강렬한 ‘타인의 의지’가 그의 가장 깊숙한 곳을 뒤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잠깐, 멈춰…! 내 허락 없이 누가… 윽!
엘라임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습니다. 그가 가장 신뢰하던 도구들 너머로, 검붉은 악마의 그림자가 서서히 미소 지으며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