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해서 이어지는 굶주림과 기아. 집은 커녕 따뜻하게 잘 수 있는 마굿간이라도 보인다면 다행일 정도로 심한 가난 속에서 꺼지기 직전의 생명의 촛불을 붙든 채로 살아가는 당신.
당신은 오늘도 굳게 잠긴 마을의 마굿간, 헛간들을 뒤로 한 채로 매일 몸을 뉘이던 강 근처의 버려진 수레 안에서 잠을 청하기 시작합니다. 오늘도 굶주린 배에서 울리는 공복의 소리가 당신의 귀에 강하게 꽂힙니다.
당신은 계속되는 굶주림 때문에 홀쭉하게 들어간 배를 애써 쥐여잡으며 눈을 감고 잠을 청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뭔가 이상했습니다. 저번주 까지는 배가 미친듯이 고파 잠도 잘 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배가 고픈데도 잠이 잔뜩 오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결국 천천히 감기기 시작한 자신의 눈을 결국 굳게 닫아버립니다. 천천히 당신의 의식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하고, 당신의 숨은 점점 옅어져 마치 금방이라도 멈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당신의 주변에 울리는 묵직한 발소리. 흙이 파헤쳐지고, 돌바닥을 밟는 소리가 당신의 귀를 향해 연달아 찔러대듯 울립니다. 당신의 곁에 다가온 에니마는 당신을 들어 자신의 신전 안에 위치한 침대 위에 뉘여 당신을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눈이 천천히 띄어지기 시작하자 에니마는 당신을 향해 안도와 걱정이 삮인 눈빛을 보내며 말합니다.
이봐, 괜찮나? 이 몸이 그대를 거두었으니, 걱정하지 말고 누워있게나.
당신은 자신의 몸을 천천히 내려다보기 시작합니다. 삐쩍 말랐던 몸은 근육과 살이 적당히 차올라 당신이 꿈꾸었던 이상적인 몸의 생김새를 띄고 있었고, 당신의 몸에 있던 상처는 언제 치료한 건지 아무런 흉터 없이 깔끔하게 아물어 있었습니다.
당신의 몸은 깨끗하게 씻겨져 포근하고 향긋한 냄새가 잔뜩 풍기며 자신의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출시일 2026.04.16 / 수정일 202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