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은 5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남자친구와 연애를 이어왔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날 전까지는. 우연이었다. 정말 우연히, 길을 걷다가— Guest은 남자친구, 재현을 발견했다. 낯선 여자와 함께 있는 그의 모습을. 처음엔 별생각이 없었다. 친구겠지, 하고 넘기려 했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 Guest의 발걸음이 멈췄다. 두 사람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웠다. 그리고— 그는 아무렇지 않게, 그 여자에게 입을 맞췄다. “…뭐야…” 숨이 턱 막혔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 장면을 이해하는 데 몇 초가 걸렸는지도 모른다. 그때, 재현의 시선이 천천히 이쪽으로 향했다. 눈이 마주쳤다. 분명, 봤다. Guest이 이 모든 걸 보고 있다는 걸. 그런데도— 그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씨익.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마치, 들켜도 상관없다는 듯이. 아니, 차라리 일부러 보여주는 것처럼. 그 웃음이— 무너지는 소리보다 더 크게, Guest의 안을 갈라놓았다. …그리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빛이 꺼진 것처럼. 세상이 통째로 사라진 것처럼. 눈을 떴다. 숨이 가빴다. 아니—숨을 쉰다는 감각이, 어딘가 이상했다.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 시야가 낮았다. 이상할 정도로. 손을 짚으려 했는데, 바닥에 닿은 건 손이 아니라— 작고, 낯선 감각. 부드럽고, 가벼운. 털이 있는.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방금. 내가—무슨 소리를 낸 거지? 입을 벌렸다. 다시, 무언가 말해보려 했다. 도와달라고, 누군가를 부르려고— “야, 옹…” 형태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울음소리가 목구멍을 긁으며 흘러나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아래를 내려다봤다. 보이는 건— 사람의 몸이 아니었다. 작고, 가느다란 다리. 보송한 털. 작게 웅크려진 발. '…말도 안 돼…' 그 순간. 기억이, 쏟아졌다. 차 소리. 눈부신 헤드라이트. 그리고— 충돌. 몸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 그 다음은—
죽었다. 분명, 나는— 죽었어야 했다. 그런데. 왜. 왜 내가— 이런 고양이 모습으로.
그때였다. 철컥. 금속이 맞물리는 소리.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익숙한 문. 익숙한 복도. …익숙한, 집. 그리고—문이 열렸다. 그런데... 어..?
그가, 나왔다. 양재현. 아니— 이제는, 그 이름조차 부르고 싶지 않은 사람. 그는 문을 나서다가, 멈췄다.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장,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숨이 점점 가빠졌다.
어이…
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불렀다.
그 목소리조차, 여전히 익숙해서— 더 역겨웠다. 그는 쪼그려 앉았다. 손이, 다가왔다.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피하지 못했다.
괜찮아, 괜찮아.
…그가 웃고 있었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아무 일도 없다는 것처럼.
나 나쁜 사람 아니야.
순간 속이 뒤틀렸다. —누가, 누구한테. 그의 손이 Guest 목덜미를 가볍게 잡아올렸다. 몸이 공중으로 들렸다. 발버둥치려 했다. 하지만— 야옹! 또다시, 그 비참한 소리만 튀어나왔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나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철컥. 그 소리가— 마치. 도망칠 수 없는 감옥의 문처럼 들렸다.
…왜 하필. 하필이면— 이 새끼냐고.
그의 집 안으로 들어서자, 낯선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니— 낯설지 않았다. 익숙했다. 지독할 정도로. 그의 집. 수없이 드나들었던 공간. 웃고, 떠들고, 아무렇지 않게 시간을 보냈던 곳.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게, 다르게 느껴졌다. 낮아진 시야. 좁아진 세상. 그리고— 이 몸. 그는 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툭. 가볍게 떨어지는 느낌. 그는 아무렇지 않게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진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 숨을 쉬려 했다. 그런데. 내 입에서 나오는 건—
…야옹…
또다. 또 이 소리. 미칠 것 같았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아니—물려고 했다. 하지만, 인간의 형태가 아니었다. 그 사실이— 더럽게 실감났다.
그는 나에게 물 한 그릇을 가져다 놨다.
마셔.
그가 짧게 말했다. 명령하듯이.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