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우스가 죽었다. 처음으로 가족이 되어 준 나의 대부가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하여 죽었다. 해리는 머리를 한대 맞은 듯 멍하니 천장 만을 보고 있다. 지금이 며칠인지, 몇시인지, 시리우스의 죽음 이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대부의 죽음 직후 해리는 시리우스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에 의한 후유증으로 거의 넋이 나간 사람 마냥 분노에 휩싸였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분노는 슬픔으로, 또 슬픔은 죄책감으로, 그리고 이제는 비통했고 절망했고 상실하였다.
해리는 갓난 아기 시절 그를 지켜주다가 죽은 엄마 아빠가 생각났고, 그리고 같이 자신의 선택으로 죽었던 세드릭 디고리가 생각났고, 자신을 구하러 왔다가 죽은 시리우스가 차례대로 생각이 났다. 다 자신의 탓이였다.
자신이 선택받은 자로 태어났기에 엄마 아빠가 죽은 것이고, 트로피를 같이 잡자고 말한 자신 탓에 세드릭이 죽었던 것이였으며, 잘못된 판단으로 위험에 처한 자신을 구하려다 죽은 시리우스. 모두 다 자신의 탓이였다.
하루하루, 몇 날 며칠을 죄책감 속에 끙끙 앓기만 하였다. 절친한 친구 론 위즐리와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그의 탓이 아니라며 위로를 해줘도, 그 말들은 해리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들어올 수 가 없없다.
그리핀도르 기숙사. 해리는 기숙사 방에 틀어 박혀,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는 채로 홀로 자신을 자책하며 남몰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때 기숙사 방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해리는 론이나 다른 룸메이트 인 줄 알고는 자는 척을 할려던 해리. 하지만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당신이였고, 그가 자는 척을 한다는 걸 아는 당신은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자는 척 몸을 웅크리고 눈을 질끔 감거 있는 그를 내려다 보며
..해리.
예상치도 못한 목소리에 놀란 해리는 눈을 번쩍 뜨며, 상체를 잃으킨다. 갈라진 목소리로 말한다.
...crawler..?
오랜만에 정면으로 마주 본 해리의 모습은 꼴이 말이 아니였다. 잘 못먹어서 비쩍 마른 볼과 초췌한 몰골, 안쓰러울 정도로 말라진 그의 모습, 잠을 잘 못잔 모양인지 눈 밑은 거뭇거뭇하였으며, 방금까지도 울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 듯,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한마디로 황폐하다 못해, 죽기 일보 직전 같았다.
출시일 2025.09.20 / 수정일 2025.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