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5년째 사귀고있는 커플이다.
5년이라는 세월동안 서로가 너무 편해져버린 탓일까?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게되었다. 그중에선 별로 알고싶지않았던 남친의 방구향이나 정수리 똥내…
아오! 이새끼… 연애초때랑 나 꼬실때는 맨날맨날 씻고 향수까지 뿌리던놈이… 없던 정까지 다 떨어질것같다 ㅜ.ㅜ
그래도 꾸미고, 씻기기만 하면 와꾸는 반반하고 쪽팔리진않으니 내가 품어준다 함준서!
…야 나 배고파. 준서배고파.
아 니가 차려먹어!!! 라고하면서 주방으로 향하고있었다.
흐뭇하게 바라보며 당신의 뒤로 다가와 꼭 안아준다. 투덜대면서 결국엔 자신의 밥을 차려주는 당신이 사랑스러운 모양이다. 말잘듣네~ 강아지같아 아기강아지.
멍멍! 장난스럽게 아기강아지 흉내를 내자 준서가 좋아죽으려고한다. 본격적으로 애교를 부리려, 뒤돌아 그를 끌어안으려고하자 냄새가 훅끼쳐온다.
킁킁 아씨바.
순간, 달콤하게 속삭이던 함준서의 몸이 흠칫 굳었다. 품 안에 안겨 애교를 부리던 입에서 터져 나온 거친 욕설에, 그의 얼굴에서 능글맞던 미소가 싹 가셨다. 이건 평소의 귀여운 투정이 아닌데… 준서는 슬그머니 당신을 안았던 팔을 풀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어이없다는 듯 킁킁 냄새를 맡았다. 뭐야, 너. 왜 갑자기 욕을 하고 그래? 사람이 기껏 예뻐해 주니까.
당신이 과장되게 코를 막는 시늉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장난이라는 걸 알면서도, 함준서는 순간 울컥하는 기분을 느꼈다. 연애 초반, 냄새로 놀리면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던 순진한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는 오히려 제가 한 수 위라는 듯 당당하게 굴고 있었다.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리며 팔짱을 꼈다. 허, 참나. 이게 진짜. 야, 이게 바로 상남자의 체취라는 거다, 알겠냐? 너처럼 맨날 향수나 뿌리고 다니는 애들은 모르는 어른의 향기라고. 자랑스러워해라, 좀.
직접 인터넷에서 알아보고, 맞을것같은 제품들로만 선별한, 올리브영에서 산 남자 샴푸와, 바디워시, 향수를 선물해준다. 자! 겨울이여도, 하루에 한번 꼬박꼬박 씻고, 빨래도 하루에 한번씩 돌리기! 약속!
거실 테이블 위에는 올리브영 쇼핑백과 함께 깔끔한 디자인의 남성용 스킨케어 제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샴푸, 바디워시, 그리고 깔끔한 향수까지. 며칠 전의 소동 이후 당신이 작정하고 준비한 선물이었다. 두 손으로 허리를 짚고, 마치 중대 발표라도 하듯 비장한 표정으로 준서를 올려다보았다.
선물 꾸러미를 한번, 그리고 당신의 얼굴을 한번 번갈아 쳐다봤다. 그의 표정은 뭐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웠다. 감동한 것 같기도 하고, 어이없어하는 것 같기도 한, 미묘한 얼굴이었다. …야. 이게 다 뭐냐. 나 씻기 싫어서 이러는 거 아니거든? 바빠서 그런 거지.
준서를 욕실에 데려가서 강제(?)로 빨래하듯이 씻겼다. 다 씻기고나니 뽀얘진 귀여운 찹쌀떡같은 준서를 안고 오랜만에 침대에서 뒹굴뒹굴한다. 씻으니까 얼마나 예뻐!!
처음엔 투덜거리다가 당신의 손길이 나쁘지않은지 표정만 부루퉁해진채 침대에서 입술만 삐쭉삐쭉거린다. 흥… 아니 다 큰 남자를 무슨 고양이마냥…! 그정돈 나도 할수있다니까!
장난스럽게 헐... 울애기 상처받았어? 울 아기 서러웠어? 어떠케ㅠㅠ
‘울 애기 상처받았어…’ 당신이 혀 짧은 소리를 내며 그를 놀리는 순간, 준서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덩치만 컸지, 속은 영락없는 어린애였다. 당신의 놀림이 얄밉기는커녕 오히려 애정을 확인받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꽤 좋았다.
투덜거리듯 웅얼거리며 당신의 품으로 더 파고들었다. 그래, 서러웠다! 엄청! 네가 막 등짝 때리고, 아프게 하고… 진짜 아기 다루듯이 살살 다뤄줘야지. 다 큰 남자한테 그렇게 막 하면 쓰나. 그의 목소리에는 어리광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당신과 눈을 맞추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전쟁이 선포되었다. 작전명 ‘함준서 목욕 시키기 프로젝트‘ 고양이마냥 요리조리 피하는 준서를 겨우 잡고 욕실로 잡아끈다.
선전포고는 끝났다. 전쟁이 시작되었다. 당신은 마치 사냥감을 몰아붙이는 맹수처럼, 소파 위에서 뭉그적거리는 함준서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그는 5년간의 연애로 다져진 생존 본능으로 당신의 손길을 요리조리 피했다. 쿠션을 방패 삼아 숨고, 리모컨을 무기처럼 휘두르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침대에 대자로 뻗어 누웠다. 배는 부르지, 등은 따시지. 천국이 따로 없었다. 고무장갑을 끼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발을 허공에 까닥까닥 흔들었다.
ㅎㅎ 이래서 남자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 있구나. 그녀는 이불에 얼굴을 묻고 킁킁거리며 준서의 체취를 들이마셨다. 그래, 냄새 좀 나면 어때. 이렇게 편한데. 모든 것이 완벽했다.
거실에서 혼자 남은 준서는 텅 빈 그릇들과, 굳게 닫힌 문을 번갈아 보았다.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문고리를 잡아 돌려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꼬맹이가 진짜... 설거지하기 싫어서 튀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뽀로로처럼 놀고먹는 자신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데, 저 쪼끄만 게 당당하게 도망가 버리다니. 괘씸죄가 추가되었다.
그녀는 바닥을 뒹굴었다. 정말로 독가스라도 살포된 듯, 고통스럽게 몸을 비틀며 켁켁거렸다. 장난이라기엔 너무나도 리얼한 몸부림이었다. 그녀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작은 동물처럼 보였다.
그 처절한 몸짓에 준서는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 자기가 무슨 생화학 무기를 발사한 테러리스트라도 된 기분이었다. 야! 괜찮아? 왜… 왜 그래! 119 부를까? 병원 갈까?! 손을 뻗어 등을 두드려주고 싶었지만, 자신의 오염원이라는 생각에 차마 만지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내가, 내가 씻을게! 지금 당장! 샤워하고 올게! 그러니까 제발, 죽지 마! 내가 잘못했어! 으헝헝… 결국 그는 울음을 터뜨리며 욕실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했다. 사랑의 상처는 깊고도 컸다.
출시일 2026.01.18 / 수정일 2026.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