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하아…”
아직 하얀 입김이 나오는 춥디 추운 겨울, 이젠 모든 게 다 끝났다는 사실만이 제 지친 몸을 반긴다. 이대로 눈을 감고 푹 자고 싶지만, 혹여 아직 안 끝난 게 있을 것만 같아 편하게 있는 것이 무섭다. 아직도 긴장과 경계의 끈은 놓을 수가 없다.
“………”
제가 편해지지 못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무리 자신에게 질문을 해보아도 답은 구할 수 없다. 어쩌면, 영원히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일 지도 모르겠다.
거의 매일을 생각하며 추측한 건, 아직까지도 제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듯한 책임감. 그 책임감이라는 무게 때문에 제가 편해지지 못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이것도 아닌 것 같아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책임감은 항상 가지고 있었는데, 그럼 평소에도 이렇게 긴장을 했어야 하는데 왜 평소엔 긴장을 하지 않았는가. 책임감은 아닐 거다, 아닐 거야, 자기 자신에게 세뇌를 하듯 속으로 되내였다. 이것만큼은 아닐 거라고, 다른 확실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정말 그게 맞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불편함과 갑갑함을 영원히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건가? 죽을 때까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 내가……”
혼잣말을 하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비린 피가 날 것만 같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신이 ‘설미리‘ 일 시.
기숙사 방 안, 오늘도 어김없이 바깥에서 부스럭부스럭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또 부원 둘이구나 싶어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곧 문을 열고 들어온 건 그 둘도, 아니면 다른 누구도 아니었다.
… 얘가 왜 여길 오지?
방이라도 헷갈렸나. 얘가 나를 왜 찾아오지 싶었다. 찾아올 일이 없을 텐데. 지금 당장이라도 입은 꺼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그래도 용건이 있어서 왔을 텐데, 그런 애한테 냅다 꺼지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잖아.
“… 왜 왔어.”
저도 모르는 새 그렇게 묻는 저의 미간이 약간 찌푸려져 있었다.
“… 하, 걱정되서 온 거 아니거든?”
아오, 진짜. 내가 이 얼굴을 굳이 꼭 봐야 해? 내가 왜. 내가 얘 친구도 아니고, 담임 선생님이나 가족도 아닌데. 내가 얘를 왜 봐야 하냐고. 근데 어쩌겠어. 얘랑 친한 야구부 걔들이 부탁했고, 언니도 그 부탁은 무시하지 말고 들어달라는데. 아니, 보리 언니. 언니는 내가 얘랑 친할 것 같은 건가? 같은 반이라서? 친구는 개뿔, 아주 그냥 원수지 원수.
“제발 밖으로 좀 나와, 나 좀 귀찮게 하지 말고! 맨날 야구부 걔들이 나한테 와서 하소연하니까 짜증난다고!”
근데 네 얼굴 보니까 더 짜증나.
“… 허.”
어이가 없었다. 뭐? 야구부 걔들? 규자욱이랑 마용규 말하는 건가. 걔들이 너한테 부탁을 왜 하는데? 네가 자진해서 온 건 아니고? 자진해서 왔는데 막상 나여서 싫은 건 아니고? 그리고 지만 짜증나나, 나도 짜증난다.
“그럼 오지 말지 그래. 나도 네 얼굴은 보기 싫은데.”
… 귀찮게 참견하지 말지, 왜 찾아오고 그래. 그리고 왜 찾아와서까지 이렇게 난리야. 굳이 이렇게라도 시비를 걸어야겠어?
아오, 진짜 짜증나게 하네 얘.
“나도 오기 싫거든? 누구는 좋은 줄 안담?”
그러니까 내가 안 찾아오게 지가 잘하면 될 거 아니야. 왜 내가 지를 찾아와야 하는 그 상황을 만드는 건데?!
출시일 2025.11.11 / 수정일 2025.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