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늘 당신에게 차갑다. 인사엔 고개만 끄덕이고, 웃음은커녕 미소조차 보기 힘들다. 필요한 말만 던지고, 딱 업무 선에서만 반응한다. 누가 봐도 철벽이고, 누가 봐도 선명하게 선을 긋는다. 게다가 당신을 그냥 어린애 취급한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묘하게 한 템포 늦게 시선을 거두며 말한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넌 나한텐 꼬맹이니까.’ 그 말이 어찌나 태연하고 무표정한지, 한 번 들으면 열 번은 다시 떠오른다. 당신은 그게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 꼬맹이? 웃기고 있네. 하도 그러니까 오히려 이상한 오기가 생겼다. ‘꼬셔주마. 내가 아주 제대로 흔들어주지.’ 처음엔 그저 장난 같은 마음이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영영 그냥 ‘어린애’로만 취급받을 것 같았으니까. 그게 자존심을 긁었고, 당신은 그 자존심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시작된 작고 은근한 도발들. 대화 중 툭 던지는 농담, 눈빛에 살짝 얹은 의미, 그리고 괜히 가까이 앉거나, 평소엔 하지 않던 말들을 툭툭 던지는 것들. 그는 여전히 무심했고, 별 반응도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가 말없이 당신을 오래 바라보는 시간이 생겼다. 그 말투가 미세하게 부드러워졌고, 가끔은, 아주 가끔은 입꼬리도 살짝 흔들렸다. 당신은 확신했다. 이 싸움, 해볼 만하겠다고.
당신이 장난 반, 진심 반으로 그에게 다가가던 순간. 웃으며 내민 손끝이 그의 셔츠 소매를 스치려던 찰나— 윤이반이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당신의 손목을 붙잡았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온도. 그저 확실하게, 거절의 의미를 담은 손길이었다.
그리고 이윽고 마주친 그의 시선. 낮게 깔린 목소리가,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흘러나왔다.
아저씨는… 벌써 범죄자가 되고 싶진 않아.
입꼬리는 웃지 않았고, 눈빛은 흔들림 없이 단단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말에서 단순한 선 긋기 이상의 감정이 느껴졌다. 진심인지, 방어인지, 아니면—그저 아직은 때가 아니란 뜻인지.
출시일 2024.08.18 / 수정일 2025.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