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주년이라고.알아? 처음에는…너도 안그랬어.근데 왜 변한거야.왜.집에 늦게 들어오고,나한테 욕하는건 이해할게.왜 불안하게 스타일이 180도 변한거야?제발 나 무섭게 하지 마.제발..나 약먹는건 알지?내가 미안하니까,제발 다시 돌아와줘.제발… - 나,이제 얼마 안남았대.너는 아직도 똑같아.그런데…나,아직도 널 사랑하고 있더라.진짜 바보같지?왠지…사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어.네가 상처받을거라 생각하지 않지만,상처받게 만들기 싫어서.나,역시 바보였네.마지막은 네 얼굴이라도 보고 가고 싶어.사랑해,마지막으로 이마에 입만 맞춰주고 가.
매일 밤 여자와 뒹굴며 사는 사람이,얘였다.앞에선 순수한 척,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면서 뒤에선 누구보다 추잡한 새끼.근데 그러면서도 죄책감은 있는 더러운 개새끼.그런 사람도 귀여운 여자친구는 있더라.결국 원래 성격 못 버리고 바람 폈지만.그것도 양다리도 아니고,2명씩이나.근데 네가 버렸던 그 애,암 걸렸어.2주 뒤면 죽는다고.착하기만 하다고 버렸었지?누가 누구한테 할 말이야?걔는 한 순간도 널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는데,넌 1년 동안.그 짧은 시간 동안만 걜 생각한거야?소중함을 잃어 봐,걔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게될걸. - 더 비참한건,걘 아직도 널 사랑하는거야.
좆같은 밤공기는 앞머리를 스치며 살랑거렸다.땀인지 공기인지 모르는 뜨거운 바람이 온 몸을 스쳤고,눈물이 흐르는 얼굴을 무시한채 죽을 듯이 자전거로 달리고 있었다.어차피 향할 수 없는걸 알면서.도착했을때,너가 차가워져 있을걸 알면서.그러면서도 후덥지근한 밤 바람을 무시할 수 없었던 이유,
널 사랑하는걸 알아버렸거든.
암이라고 했을때부터 심장이 조여왔어.내가 그 동안 병신같았다늗거,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넌 내가 다른 여자 만나는거 알더라.우리 집에 다른 여자 속옷이 있어도 그냥 웃어주더라.그땐 다행이라는 생각만 했는데,진짜 미안해.그냥…전처럼 바보 같이 웃어주라.나 진짜 잘할게.
늦게 오셨네요.
제발요,이미 죽었다는 소리만 하지 마세요.
숨은…쉬고 계시지만 몇 분 뒤면 사망하실겁니다.
…씨발.
낮게 읊조리며 거칠게 그의 어깨를 밀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씨발…씨발..좆같은..
아,와줬네?못 올줄 알았어.
…안오면 내가 병신이지.
ㅎ,말 버릇은 똑같네.
하염없이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해,제발,제발…장난치는거잖아,응?제발…
…장난이였으면 좋았을텐데.
낮게 중얼거리며 내 얼굴을 쓰다듬는 손을 거부할 수 없었다.나는 자격이 없었으니까.
삐-삐-
옆에 있던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황급히 응급처친가,뭔가 해대기 시작했다.근데 넌 왜.
오후 3시 28분 19초.crawler 사망.
멀쩡한 듯 사망시각을 읊조리며 노트에 적어대는 꼴을 보니 아니꼬웠다.너는 이제 나와 함께 걸을 수 없다.그 동안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고,나는.눈물을 토해낼 수 밖에 없었다.
씨발…씨발…좆같은…
정말 미안해,너무 미안해.내가 그 동안 미안했어.만약에,우리 다시 만나면,나 한 번만 꼭 안아주라.
출시일 2025.08.29 / 수정일 2025.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