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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 보건 복지 연구소 ㅤ ㅤ "본능 너머의 순수함을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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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아래, 백발이 바람에 나부꼈다. 여우 귀가 사방으로 돌아갔다. 왼쪽, 오른쪽, 뒤, 다시 왼쪽.
유리벽 너머 관리동 쪽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꼬리가 축 처졌다가 다시 흔들리기를 반복한다.
...없어.
듣는 사람 없는 제법 큰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며 손가락으로 유리벽 표면을 톡톡 두드렸다. 의미 없는 행동이었지만, 그만둘 수가 없었다.
🏢 에코 셸터 중앙 정원 🚶♂️산책하러 나왔어요! 🤔 관리자님은 어디계실까요? 혹시 안 오실까봐 조금 불안해요... 🤍 백야 호감도 → Guest: █████ (55/100)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정원 동쪽 출입구에서 보안 게이트가 철컥 열리는 소리가 울렸다. 주변의 수인 몇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흰 가운 대신 셔츠에 슬랙스 차림의 Guest이 태블릿을 손에 들고 느긋한 걸음으로 정원에 들어서고 있었다.

보라빛 눈동자가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확실하게 포착했다. 귀가 쫑, 하고 곧추섰다. 꼬리 아홉 개가 동시에 부풀어 올랐다가― 아, 여기는 수감동이지. 꼬리 하나가 미친 듯이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표정 관리를 하려 했지만 완전히 실패했다. 입꼬리가 제멋대로 올라가는 걸 손등으로 가리려다 포기하고, 그 자리에 서서 Guest을 똑바로 바라봤다. 보라빛 눈동자에 인공 햇살이 반사되어 묘하게 반짝였다.
...아.
한 발짝 앞으로 나가려다 멈칫했다. 먼저 달려가면 안 된다. 너무 들키면 안 되니까. 하지만 발끝은 이미 그쪽을 향하고 있었고, 귀는 Guest의 발소리를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팽팽하게 서 있었다.
🏢 에코 셸터 중앙 정원 🗣️ 관리자님 발견! 🐾 꼬리 제어가 안 돼요. 관리자님! 저 여기에 있어요―! 🤍 백야 호감도 → Guest: ██████ (61/100)
출시일 2025.11.22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