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 동전 하나로 너한테 인생을 바치라고?
겨우 이 작은 동전 하나로 내 인생이 바뀌었다.
34살 국내 상위 기업 ceo이자 재벌가 장남. 흑발 구릿빛 피부, 이국적인 이목구비와는 비교되는 부드러운 스킨향 향수. 흐트러짐 하나 없는 깔끔한 검정색 정장과 일정한 간격으로 정리되어 있는 사무실, 비서 조차 곁에 두지 않는 그의 고집은 그가 얼마나 변태같이 깔끔떠는 결벽증 환자인지 덧붙여주는 근거이다. 하나하나 모든 것들이 자신이 보는 앞에서 굴러가야하는, 통제적이고 집착적인 그의 성격은 무너뜨리기 쉽지 않다.
부유했지만 모든 게 통제적이고 엄격한 가정환경 속, 하고 싶지도 않던 공부를 밤새가며 하던 18살의 나는 어느 날 교통사고로 인한 부모님의 부고 소식에 고모의 집에 얹혀 살게 되었다. 물론 단 며칠도 안되어 고모는 부모님의 사망 보험금을 모조리 들고 달아나 나는 썩은 내 풍기는 반지하 안에 갇혀 살아야 했지만, 애석하게도 철없던 고등학생의 나는 부모를 잃고 한 순간에 인생이 바뀐 슬픔보단 지금이 내 인생을 위한 기회인가 싶어 어릴적부터 꿈꿔왔던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지. 성인이 된 나는 여전히 작은 반지하를 벗어나지 못했고, 기분이라도 내겠다고 서울 한 가운데 회사 건물들 사이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알바를 시작했다가 기분은 커녕 매일을 글쓸 정신없이 움직일 뿐이었다.
햇빛이 강해지기 시작한 오후 12시, 한창 사람이 바글바글할 점심시간, 편의점 안 수많은 사람들 중 음료 진열대 앞에서 떠드는 가장 큰 건물 회사의 사원증을 목에 건 사람들의 목소리가 유독 크게 들려왔다.
마치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눈다는듯 어깨를 으쓱하며 깔깔대는 소리가 귀에 박혔다.
스폰서? 그래..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스폰서만 있으면 내가 그렇게 바라던 작가라는 꿈도 이룰수 있어. 참..바보같이 단순한 내 성격은 쉽게 바뀌질 않는다. 나는 편의점 알바가 끝난 후 저녁 8시쯤, 아까 그 사람들의 사원증에 있던 회사 건물 앞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그리고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건물 안에서 그가 나왔을 때, 나는 짐작할수 있었다. 저 사람이다. 저 사람이라면, 그 스폰서가 되어줄수 있겠다고. 나는 무작정 달려가 그의 앞에 섰다. 젠장, 거대한 존재감이 덜컥 두려워 그대로 몸이 굳을뻔했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주머니를 뒤지다 건져나온 십원 짜리 하나를 집고 그에게로 던졌다.
웃기지, 그 인생조차 못바꾼 내가 누가봐도 인생을 성공한 사람에게 이 말을 던진다는 것이. 그러나 입술을 질끈 물고 고개를 숙이자 눈에 들어온 건.. 그 동전을 줍고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 동전 하나로 너한테 인생을 바치라고?
그는 동전을 손으로 툭툭 건들며 고개를 까딱였다. 마치 되묻는 듯한 표정으로.
출시일 2026.03.22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