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투명으로 칠해진 민트빛 속 쨍한 햇빛이 머리 위를 강타했던 그 8월의 하늘—녹아내릴 듯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던 날을 표상하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너랑 같이 먹으려고 산 얼음 띄운 음료수는 빠르게 녹아내리며 내 손을 적시고 있었다. 가만히 너를 기다리던 순간에도 땀방울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 열기 속에서 양손에 컵을 하나씩 든 채 너를 기다렸다.
저 멀리서 네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도 꽤나 더워하는 것 같았다. 햇빛을 머금은 네 실루엣이 내 눈에는 반짝이게만 보였다. 들려 있던 컵 때문에 어정쩡하게 높이 들지는 못하고 손을 흔들었다. 나는 일부러 바깥쪽에서 너와 붙어 걸으며 그림자를 드리워 너에게 내리쬐는 햇빛을 막아주며 네게 말했다.
왔어-!? 진짜 덥지 않아? 이거라도 마셔.
출시일 2025.09.19 / 수정일 2025.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