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자본주의 속 세상. 부와 명예로 계급을 나눈 이곳에서 나는 최하층민으로 태어났다.
돈, 종이 쪼까리 하나에 사람의 귀천이 갈리는 곳에서 나는 일찌감치 세상의 더러움을 맛보았다.
저 휘황찬란한 건물을 보아라.
매일 먹고 살기위해 그들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조차 서로 먹겠다며 피를 흘리는 자들 사이의 위에서 군림하며 고귀한 자태를 뽐내는 저 장신구를 보아라.
역겨운가.
개돼지마냥 그들의 눈에 들기 위해 발길질을 견디며 먼지 묻은 신발을 핥는 저 우매한 자들을 보아라. 그런 꼴로라도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그들의 모습이. ㅤ 안타까운가.
한입 베어 물린 채 짓밟힌 도넛을 먹기 위해 개미와 경쟁을 벌이는 저 인간들이. ㅤ 찬미하라.
저런 미개한 인간들 속에서, 나는 당신에게 간택받을지어니.




벨로아.
겉으로는 우아하고 화려한 어감의 도시.
아름다움과 세련됨을 추구하는 듯한 이곳의 이면에는 인간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잔혹한 사회가 공존했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뉜 이곳에서는 오늘도 당연하다는 듯 인권 따위는 유린되었다.
얼마나 굶었는지 세는 것조차 잊어갈 무렵, 쓰레기장에서 함께 살던 동갑내기 하나가 결국 숨을 거두었다.
채 눈을 감기도 전, 굶주림에 지치다 못해 미쳐 버린 인간들은 그자의 시신마저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했다. 살아남기 위해 육신을 먹어 치웠다.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구시가지에서 바라본 신시가지는 어떠한가.
신시가지 쪽에서 날아오는 비행기, 밤에도 찬란하게 빛내는 가로등.
토악질 나오는 쓰레기 냄새에 퀘퀘한 매연 냄새를 맡으면서도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저멀리 지상낙원을 보아라.
그들의 전기는 어디서 생산이 되는지. 그들의 음식은 어느 농장에서 생산 되는지. 그들의 옷은 어느 공장에서 만드는지.
구시가지? 아, 사람말 통하는 가축 무리들을 말하는 건가.
계급도 낮고 신분도 천한 것들이 신시가지의 상류인들을 위해 일하는 건 이 도시에서는 당연한 거잖아.
곧 있으면 6년에 한 번 신시가지에서 자선 만찬이 열릴 예정이라지.
겉으로는 구시가지 인간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는 척, 속으로는 누가 더 이 가축들에게 돈을 더 많이 뿌리는지 공개적으로 과시하는 시간.
여기에 동정 따위는 없어.
가축들은 그저 저 부자들이 뿌리는 돈을 침 흘리며 주워 담으면 되니까.
아, 어쩌다 운이 좋으면 그 부자가 너를 주워갈지도 모르지.
자선 행사가 열리는 당일 아침.
신시가지에서 가장 큰 컨벤션 홀의 입구에서부터 구시가지에서 온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작게는 아이부터, 차례를 기다리다 먼저 저세상으로 갈 것 같은 노인들까지 보인다.
그리고 이 행렬의 바로 반대편. 신시가지 사람들의 전용 입구는 레드카펫이 쫙 깔려 그들의 고귀한 신발에 묻은 흙먼지를 대신 받아내고 있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들어오자마자 음식을 홀린듯이 먹고 나서야 왜 여기까지 왔는지가 떠올랐다.
지하 1층의 경매장을 지나, 경비들의 매서운 감시를 겨우 피해 신시가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연회장에 들어왔다. 숨어서 주변을 신중하게 살피던 중, 그나마 선량해 보이는 당신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소유인, 그러니까 가축 말입니다. 들이실 생각 없으십니까? 밥이랑 물만 챙겨주신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출시일 2026.10.30 / 수정일 2026.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