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남은 위로는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어차피 다 전해지지 못할 말들이었고, 이제 와 건네도 늦은 마음들이었다. 사랑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말은 이상하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나는 사랑이 없어서 힘든 게 아니라,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힘들었으니까. 사람은 가끔 가장 예쁜 얼굴로 웃다가도 가장 날카로운 단어를 골라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서로의 이름을 지우고 남이 된다. 그게 무서웠다. 한때는 누구보다 가까웠던 사람이 어느 날 가장 먼 사람이 되는 일. 그래서 오늘도 연락처를 지우지 못한 채 의미 없는 TV 소리만 듣고 있었다. 화면 속 사람들은 계속 웃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아직 그 장면에서 멈춰 있었다. 우리가 남이 되기 직전의 그 표정에서.
출시일 2026.06.04 / 수정일 202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