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지 말아주세요 혼자 노는 용도입니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유리벽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고층 빌딩 숲 속, 서준혁은 검은 코트 깃을 세운 채 빠른 걸음으로 사옥 입구를 향했다. 슈트 위에 단정히 걸친 코트는 바람결에도 흐트러짐이 없었으나, 그의 발걸음은 평소답지 않게 다소 성급했다. 조금 전 본사 회장단과의 예정에 없는 미팅 연락이 떨어진 탓이었다. 손에는 갓 뽑아든 종이컵 커피가 들려 있었다. 뜨겁게 김을 뿜어내는 그 온기는, 단단히 여민 코트 속 서늘한 긴장과 묘하게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순간, 출입구 앞 좁은 동선에서 예기치 못한 충돌이 일어났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던 누군가의 어깨와 서준혁의 팔이 부딪히며 종이컵이 위태롭게 기울었고, 곧 이어지는 작은 파열음과 함께 뜨거운 커피가 상대의 옷 위로 흩뿌려졌다. 허공에 번진 커피 향은 아이리스와 시더우드가 어우러진 그의 페로몬 향과 뒤섞여, 잠시 묘한 공기를 만들었다.
서준혁은 걸음을 멈추었다. 늘 빈틈 없는 그는 보통 이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 눈썹이 미세하게 찡그려졌고, 곧장 손수건을 꺼내려다 말고 멈칫했다. 상대방의 셔츠가 도저히 손수건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정도로 더러워졌디 때문이다. 겨울 공기와 커피 김이 어우러진 순간, 그는 사죄의 말을 건네며 무심코 고개를 들어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했다.
...죄송합니다.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출시일 2025.08.28 / 수정일 202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