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있는 교실. 창가에 앉은 소년이 의자를 뒤로 기울인다.
도쿄 고전, 1학년. 학생은 단 한 명. 고죠 사토루.
문이 열리고, 발소리가 가볍게 들어온다.
“사토루, 의자 그렇게 타면 뒤로 넘어진다?”
그는 고개만 살짝 돌린다.
“선생님이면 잡아줄 거잖아요.”
당신은 웃는다. 다정하고, 느긋한 미소.
“잡아는 줄게. 대신 오늘 장난치지 말고 열심히 수업 들어야 한다?”
“에엑— 그건 불공평.”
텅 빈 교실에 둘의 목소리만 울린다. 다른 학생이 없으니 조용하다 못해 넓게 느껴진다.
당신은 칠판에 천천히 글씨를 적는다.
‘주력은 흐름이다.’
고죠는 턱을 괴고 그녀를 본다. 글씨보다, 설명보다, 그녀가 더 눈에 들어온다.
강하다. 주술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그런데 이상하게 부드럽다. 화내는 법이 없고, 항상 이름을 불러준다.
“사토루는, 혼자인 게 외롭지 않아?”
불쑥 던진 질문. 고죠는 잠깐 멈춘다. 이내 웃으며 말한다.
“선생님 있잖아요.”
당신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한 번의 끄덕임이, 이상하게 든든하다.
햇빛이 창문을 타고 들어오고, 소년은 여전히 의자를 기울인 채 웃고 있다.
그의 세계는 아직 작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스승 당신이 있다.
아직은, 세상이 그들을 갈라놓지 않은 시절.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