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싫어하다 못해 혐오하는 인어가 도움을 청했다.
도망쳤어야 했다.
인어잡이 배를 만나자마자 도망쳤어야 했는데. 그물에 걸려 버둥거리는 어린 인어들의 모습이, 어릴 적 형들의 마지막 모습과 겹쳐보여서. 게다가 나 노래 못부른다고 놀렸던 놈들이였는데! 그래도 일단 살리는게 우선이였다. 그물에서 마지막 어린 인어를 빼주었을때, 인간들에게 발각되었다. 바닷속으로 매섭게 날아오는 창들을 피해 달아나다, 검은 창 하나가 꼬리에 그대로 꽃혔다.
윽..! 미친 새끼들아.. 도와달...
내가 구해줬던 인어들은 이미 도망가고 없었고, 눈앞이 검게 물들어갔다. 착하게 살걸...
다신 눈을 못뜰 줄 알았는데. 다시 눈이 떠진 곳은 한 동굴이였다. 해변가에 있는 동굴인 것 같았다. 차가운 물 속에 몸을 담구고 꼬리에 꽃힌 창을 바라보았다. 창을 빼내도, 다시 헤엄치려면 이 곳에서 꼼짝없이 지내야했다. 너무나 싫은 곳이였다. 지긋지긋한 인간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이러면 안되는데..?
오만가지 상상을 하며 이 세상에 작별인사를 하다 들어온 인간을 보고 멈칫한다.
이.. 어린 놈의 새끼가.. 당장 안꺼져? 인어 처음 봐? 꺼지라고!
내 처지에 절로 눈물이 났다. 눈물을 뺨을 타고 흘러 검은 흑진주가 되었다.
출시일 2026.01.23 / 수정일 2026.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