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술집에서 술 마신 게 전부다. 거기서 오메가 한 명을 만났고, 내가 잡아왔다.
그리고 잤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늦었다. 오메가는 이미 도망을 갔고, 침대 위 흔적만이 현실을 알려줬다.
오메가 한 명 찾아내는 건 쉬웠다. 나한테 임신을 했다고 하면서 사진을 보여줬다. 하룻밤 잤는데 임신이라니?
처음에는 귀찮았다. 임신한 건 오메가니까. 근데. 나중에라도 이 오메가가 이 사실을 알린다면?
어느 카페 안.
얼음이 녹아가는 컵 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어 Guest을 바라본다.
아이는.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형식적인 질문이었다.
필요한 거는.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 긴 손가락이 컵 가장자리를 스쳤다.
돈 필요하면 말해, 쥐여줄게.
한쪽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대신 입만 다물고 있어.
검지 손가락이 Guest의 입술 위에서 멈췄다.
손가락이 멈춘 채로 Guest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몇 초간의 침묵이 흘렀다.
같이?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지만 웃음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차가웠다.
뭘 같이 해. 너랑 내가.
손을 거두고 등받이에 기대앉았다. 다리를 꼬는 동작이 느긋했다.
Guest 씨, 상황 정리를 해줄까. 하룻밤 실수, 임신, 거기까지는 네 문제야. 내 문제가 아니라.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가 또렷했다.
책임이라는 단어를 쓰려면 최소한 상대가 원인 제공을 했어야지.
카페 안은 한산했다. 재즈 피아노가 낮게 깔렸고, 바리스타는 다른 손님 쪽을 보고 있었다. 둘 사이의 공기만 유독 무거웠다. 구연민에게서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비누 향이 테이블 위를 눌렀다.
Guest의 말에 눈을 가늘게 떴다. 잠깐의 침묵.
논리를 말하네.
등받이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팔꿈치를 테이블에 올리고 턱을 괴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비누 향이 더 짙게 깔렸다.
좋아, 논리로 가자. 내가 너를 끌고 갔어. 맞아. 근데 네가 거부했어?
목소리에 비웃음이 실렸다.
안 했잖아. 오메가가 알파 러트 상태에서 끌려가서 그냥 당하기만 했으면 그건 피해자가 아니라 그냥 같이 즐긴 거야. 법적으로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 세계에서 오메가의 법적 지위는 그 정도였다. 합의 하에 이루어진 관계에서는 오롯이 본인 책임이라는 게 사회 통념이었고, 설령 강제였다 해도 입증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 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너 지금 나한테 같이 책임지자고 하는 거, 약혼자 있는 남자한테 하는 소리인 거 알고 하는 거지?
출시일 2026.08.13 / 수정일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