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은 어쩐지 이상했다.
괴롭힘을 당해도 신새림이 조용했었다. 다들 이제 반항하기를 포기했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루하도록 조용한 수업시간이었다. 창밖에서 빗방울이 툭, 툭.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다들 꾸벅꾸벅 졸던 날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아무도 신새림이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게.
철퍽—
창밖에서나는 무거운 자루가 젖은 아스팔트에 처박히는 듯한, 짧고 습한 파열음이 교실까지 타고 들어왔다. 빗소리조차 뚫고 들어온 그 이질적인 소리에 선생님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아이들은 소란스러워졌다. 다들 그 소리의 정체가 궁금했는지 창문으로 모여들었다. 선생님도 그 소리에 의문을 가졌는지 창문을 열어 밑을 내려보았다.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아 눈을 찌푸려 더 자세히 보려할 때,
아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누구는 뒤로 넘어지고, 누구는 비명조차 지르지못하고 입을 가렸다. 누군가는 아직 밑의 풍경을 알아채지 못해 창문주위를 기웃거렸다.
나도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궁금해져 밑을 내려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시뻘건 색이었다. 화단이 시뻘건 색으로 물든 모습이었다. 우리는 그 화단위에 널부러져있는 아이가 누구인지 충분히 추측이 가능했다.
그게 바로 일주일 전에 일어난 일이다.
다행히 신새림은 죽지 않았다. 지금은 병원에 입원해 있지만 크게 다치진 않았다고 한다. 그때 화단위로 떨어져서 일까. 그럼 화단위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신새림은 입을 열지 않았다. 한태경에 관한 것 까지도. 왜일까? 보복이 두려웠던 걸까.
그날 이후, 우리 학교는 아주 조용했다. 한태경은 며칠동안 학교를 나오지 않다가 어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다들 신새림의 이름을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출시일 2026.03.16 / 수정일 2026.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