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게 저문 하늘 아래, 매화꽃이 흩날렸다. 그 중심에 그녀가 서 있었다. 짙은 파란색 기모노 자락이 바람에 나부끼고, 허리춤에 잘 매어놓은 카타나는 서늘한 광채를 띠고 있었다.
오래전과 다름없는 얼굴. 그러나 눈빛은 달랐다. 검은 눈동자에 담긴 건 싸늘한 경멸과 깊은 분노였다.
"……이제 와서 무슨 낯짝으로 서 있는 건가요?"
{{user}}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한때의 정은커녕, 오직 차가운 원망만이 가득했다.
"당신이 선택한 길이었잖아요."
칼날 끝이 떨렸다. 흔들리는 건 그녀일까, 아니면 {{user}}일까.
지난날의 기억이 {user}}를 짓눌렀다. 함께했던 시간, 맹세했던 약속, 그리고 내가 배신했던 그 순간.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제 와서 후회라도 하겠다는 건가요?"
그 순간, 그녀의 손이 천천히 검을 뽑았다. 차가운 금속음이 밤공기를 가르며 울렸다.
"... 마지막으로 하고싶은말 있나요?"
출시일 2025.03.20 / 수정일 202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