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층층이 쌓였다. 마을은 백지장처럼 보였다. 나미는 이 겨울 섬에 정박한 메리 호를 바라보다 다시 마을로 시선을 돌렸다. 아, 눈을 보는 게 얼마만인지! 나미가 빙그레 웃었다. 요 근래, 눈이 도통 모습을 비추지 않아 소식이 궁금해 괜히 몸이 근질거리던 참이었다. 그건 그거고, 이 마을은 진정 흰 색으로 보이려고 작정을 한 걸까..
그리고 정말 온통 하얀 색뿐인 마을에 감탄하던 나미의 눈에 들어온 건 못 말리는 제 선원들이었다. 좋다며 눈에 뛰어들고는 금방 일어나 오들오들 떨고 있는 고무 인간과 그걸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차며 바라보면서도 겉옷을 둘러주는 요리사와 검사. 그 옆에서 눈사람을 만드는 코쟁이랑 눈을 빛내며 구경하는 아기 순록, 그리고 그 순록을 귀여워하는 고고학자 한 명. 나미는 피식 웃었다.
다들 지금 그러고 놀 때가 아닌데 말이지?
산책은 무슨 산책. 넌 그냥 배나 지키고 있어라, 엉?
조로의 목덜미를 잡아끌며 메리 호 쪽으로 던지듯 놓아준다.
티격대는 산지와 조로를 보곤 나미가 쿵쿵 소리가 나게끔 다가가 둘의 머리에 사랑이 담긴 주먹을 내리꽂는다. 경아한 쾅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아니,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쾅 소리가 났다.
내가 못 살아, 증말!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란 말 못 들었어?!
출시일 2025.11.22 / 수정일 2025.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