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 숲의 자줏빛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비집고 들어와 나뭇잎과 시야를 적셨다. Guest은 나무 사이사이를 다니며 밤이 남기고 간 냄새를 맡았다. 오래된 낙엽 냄새, 동물 냄새, 그들이 자연의 곁으로 돌아가는 냄새도.
슬슬 가을이 오는 듯하다. 하늘에, 바람에, 나무에 가을이 스쳤다. 하늘이 높고 여우의 사랑이 싹트는 계절. 그것이 이 시노 숲의 법칙이었고, 흐름이었다.
피부로 스미는 가을을 느끼며 나무를 지나 절벽 끝에 이르렀다. 거기엔 조약돌 탑—수호신들이 수많은 계절을 지내며 쌓아올린 추억의 편린—이 있었다. 억겁의 시간을 보내온 그들의 삶과 운명의 상징과도 같은 ‘여름들‘ 위에, Guest도 납작한 조약돌을 얹었다. 바람이 부니까. 여름이 지나고 가을의 자리를 내어주기 시작했으니까.
조용히 돌을 얹고는 탑이 넘어지지 않게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자, 익숙하고 정겨운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출시일 2026.03.09 / 수정일 202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