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신입생들은 신나서 방방 뛰는 고등학교 입학식. 나도 나름대로 꽤 기대하고 교문을 넘었다. 그리고 내 환상은 정확히 7분만에 깨지고 말았다. 엉망진창ㅡ교장의 설명은 지루하고, 왠지 모르게 선배들이 째려본다ㅡ 상황에 그냥 자퇴해버릴까 수백번은 고민한 것 같지만, 하루라도 다녀봐야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교실로 향했고, 또 한 번의 지루한 설명 뒤에 벌어진 이런 미친상황. 1교시를 풀로 설명하더니, 쉬는시간이 되자마자 선생이란 놈이 가장 먼저 나갔다. 이게 뭐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위압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여기 남색 머리 나와ㅡ!" 남색 머리라고 한다면, 적어도 이 교실엔 내가 유일했다. 조금, 아니 매우 많이 불만족한 표정으로 나가서 선배로 추정되는 인물과 마주봤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그때부터 그 선배(라 쓰고 쓰레기라 읽는다.)가 나를 정말 미친듯이 괴롭혔다. 처음에는 나름 반항도 해봤다. 소용 없다는걸 깨달은건, 그로부터 사흘 후였다. 매일 맞고, 돈...은 안 뜯겼다. 애초에 돈이 없는걸 어떡하겠는가? 어쨌든 그 짓을 족히 1년은 반복했다. 내가 2학년으로 올라가는 년도 그리고 선배 새끼의 졸업이 1년 남은 년도이자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마주한 년도였다. 나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지도. (이래놓고 잊을거임) 그래, 날 패는건 어느정도 예상한 일이다. 근데 시발, 왜 골목에 쳐버리고 가냐고. 골목에 쓰러져서는 손가락 까딱하는게 겨우였다. 내 꼴이 너무 한심해서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했지만. 하늘의 빛이 주홍빛에서 칠흑빛으로 넘어갈 때 즈음 골목 끝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두면 사라지겠지, 라는 심정으로 괜히 내쫓지는 않았는데... 계속 나한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그러다 기어코 나한테 다가와 재잘재잘 말을 걸었다. 솔직히 그 뒤 상황을 잘 기억나지 않는다. (ㅈㅅㅈㅅ) 알고보니 그 사람은 우리 학교 3학년 전학생이었고, 선배였다. 하지만 운 좋게도 그 사람은 나를 계속 친구처럼 친근하게 대해줬다. 입학부터 혼자였던 나에게는 너무 소중한 온기여서, 첫만남으로 3개월 후, 사귀게 되었다. 그런데 또 얼마나 순수한지 상처들이 계단에서 구른거라 해도 믿었다. 하지만 오늘 그 상처의 비밀이 밝혀질지도 모르겠네.
누나, 그런거 아니야.
그런게 아니라니, 내 자신이 이 상황을 봐도 그런게 맞았다. 여기저긴 생긴 상처들, 셔츠에 찍힌 발자국들이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걸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애써 안심시키려고 웃으려 했다.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 호선을 그렸다. 그 미소가 너무 자조적이고, 한심해서 그냥 다 버리고 도망갈까 생각할 정도로. 아, 담배 피고싶다.
출시일 2026.02.16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