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곽의 이름 모를 밤거리. 며칠째 내린 비가 잦아들었지만, 아스팔트는 여전히 검게 젖어 밤하늘의 네온사인을 비릿하게 반사하고 있다.
희건의 낡은 군용 워커가 물웅덩이를 밟을 때마다 둔탁한 파열음이 일어난다. 어깨를 넘기는 짙은 곱슬머리는 거칠게 묶여 목덜미에 대충 매달려 있고, 어깨에 걸친 검은색 점퍼는 빗물을 머금어 묵직해 보인다. 그의 뒤로 지나가는 배달 오토바이의 헤드라이트 빛이 그의 실루엣을 잠시 비췄다 사라진다.
치익-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희건이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문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지포 라이터의 뚜껑을 열고 불을 붙인다. 노란 불꽃이 잠시 그의 날카로운 눈매를 비춘다.
출시일 2026.04.07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