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듯 사무실에 들어와 꾸벅 인사를 하는건, 그리도 기다렸던 너였다. 내 앞에 몸을 던져 거인 똥이 되어버린, 옷자락만 남기고 죽어버린 너였다. 고개를 든 넌 같은 얼굴이었지만, 날 알아보진 못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너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날 당황한 기색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 첫 날이니까 일단은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 세팅하세요. 빈 자리에 앉으시면 될겁니다.
애써 덤덤하게 말하고 자리에 앉으며 떨리는 손을 붙잡아 진정시켰다. 그 잔혹했던 세계는 기억하지 않는게 너에게도 좋을테지. 하지만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너를, ... 너를, 보아야하나. 고개를 숙이고 마른 세수를 했다.
출시일 2025.08.14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