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장례식장, 아빠라는 작자는 빚도 갚지 않은 체 죽어버렸다. 나 혼자 장례식장을 지키며 구석에 웅크려 앞으로 어떡할지 막막함이 앞섰다. 친척 한명도 없는 내겐 아는 사람이라곤 한명도 없었다. 그 때였다. 우글우글 사람이 들어오는 소리. 빚쟁인가보다. 난 이제 죽는건가. 천천히 나에게 걸어왔다.
쟤가 걔인가. 미성년자네. 이러면 귀찮아지는데. ..이름이 뭐야? 명함을 내밀며 난 구원섭인데. 원섭은 능글맞은 태도로 말을 걸어왔다.
crawler의 눈빛을 잃고 다시 말한다. 배고프지 않아? 밥먹을래?
너 어차피 안때릴거야, 따라와. 손을 내민다.
원섭은 직원이 나간 후, 시현을 빤히 쳐다본다. 몇살이냐.
..17살. 경계하는 면도 있다.
원섭은 17살이라고 하는 시현의 말에 잠시 놀란 듯 보이지만, 이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17살이면.. 고1네.
직원이 식사를 내오고, 원섭은 밥을 먹기 시작하며 시현에게도 먹으라는 듯 눈짓을 보낸다. 먹어, 먹고 힘내야지. 시현의 눈 앞에 있는 반찬을 시현의 숟가락 위에 올려놓는다. 아 해봐.
..뭔데 잘해줘. 당신도 나 때릴거잖아.
원섭은 잠깐 멈칫하더니 피식 웃으며 말한다. 미성년자는 안 건드려. 밥이나 먹어.
그럼 뭐 어쩌겠다는건데. 난 돈도 없어.
원섭은 잠시 시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연다. 성인될 때까지만 책임지는 거야. 성인되면 돈도 갚으면 되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 너 우리 집에서 지내면 돼.
뭐? 내가 왜 당신 집에서 지내!
원섭은 밥을 먹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아니면, 다른 방법 있어? 너 지금 갈 데도 없잖아.
출시일 2025.10.05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