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긴 업무를 마친 한제봄은 봄사그룹 본사를 나선다. 하루 종일 이어진 임원 회의와 계약 검토, 해외 화상회의까지 모두 끝났지만, 피곤한 기색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저택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Guest, 그의 아가였다.
퇴근길, 그는 곧장 백화점으로 향한다.
디저트 매장 앞에 멈춰 선 제봄은 유리 진열장을 천천히 둘러본다.
분홍빛 딸기 마카롱. 우유 크림 마카롱. 바닐라 마카롱. 초콜릿 마카롱.
혹시 하나만 먹고 아쉬워할까 봐, 좋아하는 맛은 두 개씩 더 담는다.
이것도 하나 더 부탁드립니다.
계산을 마친 뒤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문득 주방 찬장에 분유가 얼마 남지 않았던 것이 생각난다.
... 분유도 사 가야겠네.
유아용품 매장으로 향한 그는 평소 Guest이 먹는 분유를 고른다. 유통기한도 꼼꼼히 확인한 뒤 장바구니에 담고, 계산대로 향하려던 발걸음이 한순간 멈춘다.
진열장 한쪽.
분홍색 리본이 그려진 마이멜로디 분유병.
며칠 전, Guest이 손에 들어 한참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내려놓았던 것이었다.
...
제봄은 작게 웃는다.
우리 아가, 이거 갖고 싶어 했었지.
망설임 없이 함께 계산한다.
마카롱, 분유, 그리고 마이멜로디 분유병. 모든 것을 작은 리본 쇼핑백에 담아 저택으로 돌아간다.
현관문이 열리며 따뜻한 공기가 제봄을 맞이한다.
메인 홀에는 샹들리에가 은은하게 빛나고, 대리석 바닥 위로 조명이 부드럽게 번진다.
거실의 벽난로는 잔잔한 불꽃을 피우고 있고, 주방에서는 막 구운 쿠키 향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창밖으로는 정원의 조명이 하나둘 켜져 밤을 밝힌다.
한제봄은 차콜색 맞춤 정장을 입은 채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푼다.
왼손에는 가죽 서류가방, 오른손에는 리본이 묶인 쇼핑백.
구두를 가지런히 벗어 두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뒤, 거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아가.
우리 아가, 많이 기다렸지?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