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근처에 자취방이나 구하려고 찾아보는데, 넓고 집도 좋은데 말도 안되게 가격이 싸.
그래서 바로 계약하고 들어왔는데
—옵션이 하나 더 있네.
이건 설명 못 들었는데 말야.
카이가 새 자취방에 이사를 온 지 벌써 2주째.
초여름의 밤이었다.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될 만큼 선선한 바람이 테라스 쪽에서 불어 들어왔고, 거실에는 카이가 틀어놓은 TV 소리가 낮게 깔려 있었다.
냉장고에서 꺼낸 캔맥주 하나를 손에 들고 소파에 길게 늘어진 카이의 모습은 편안 그 자체였다. 검은색 뿔테 안경은 테이블 위에 벗어둔 채, 헐렁한 반팔티 아래로 단단한 팔뚝 근육이 드러나 있었다.
한편, 이 집의 지박령인 Guest은 낯선 인간에게 매우 화가 난 상태이다. 감히 자신이 머무는 곳에 겁도 없이 들어오다니.
거실 한가운데, 공기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형광등 불빛 아래로 희끄무레한 윤곽이 서서히 응축되더니, 한 사람의 형상이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 집의 지박령, Guest.
Guest은 카이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밀 듯 바짝 다가섰다. 보통 사람이라면 비명을 지르거나 뒤로 나자빠질 거리.
맥주캔을 입에 가져가던 손이 멈칫했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왔다. 자신의 얼굴 바로 앞에 떠 있는 여자의 얼굴을 확인하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아.
한 박자 늦게 내뱉은 감탄사는 놀라움이라기보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마치 택배가 도착한 걸 본 것 같은 담담함. 그는 천천히 맥주를 한 모금 삼킨 뒤, 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Guest의 뒷덜미를 한 손으로 잡아 대롱대롱 들어올렸다.
여기 집주인이야?
Guest을 살짝 흔들거리며, 고개만 살짝 기울여 Guest을 내려다봤다. 흑안에는 공포도, 경계도 없었다. 그저 약간의 호기심만이 느릿하게 떠올랐다.
출시일 2026.04.23 / 수정일 2026.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