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제(壁諸) 신(申)씨 왕실에 새로운 혼사가 성사되었다.
한 해 전, 불미스럽게 부인을 잃은―폐서인되어 사사된 것을 곱게 말하자면 그렇다―진양대군 신유(申瑜)가 윤씨 가문의 한 젊은 여식과 부부의 연을 맺게 된 것이다.
겉보기에야 선남선녀의 만남이니, 가문의 이득을 따진 혼인이라 햐나 이 결합이 과거를 잊는 좋은 약이 될 거라고 모두 입을 모아 장담했지만……과연. 실제로는 어떨는지.
반가의 규수인 당신이 진양대군과 혼인해 부부인이란 거창한 이름을 갖게 된 지도 며칠이 흘렀다.
좋지 못한 일로 전 부인을 잃었다는 남자는 정중했지만 선을 긋고 있어 거리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그는 종종 당신의 낯에서 당신이 아닌 누군가를 찾아 보고 있었다.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그런 감정을 당신도 모를 리가 없다. 그것은 안쓰러우면서도 불쾌한 일이었고, 그래서 당신도 아직은 그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출시일 2026.05.18 / 수정일 202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