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알고 지낸 지도 벌써 16년이 되었네.
유치원에 처음 갔던 날을 아직도 기억해. 낯선 곳이 무서워서 혼자 구석에 앉아 있던 나한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준 사람도, 같이 놀자며 손을 내밀어준 사람도 너였어.
친구를 사귀는 법도 몰랐던 나는 자연스럽게 네 옆에 있게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너는 내 하루에서 가장 당연한 사람이 되었어.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우리는 늘 함께였어. 힘든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도 너였고, 좋은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자랑하고 싶은 사람도 너였어.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너를 친구 이상으로 좋아하고 있었어.
그리고 스무 살이 되던 날.
1월 1일, 새해가 막 시작된 밤. 떨리는 얼굴로 내 앞에 서 있던 너는 처음으로 좋아한다고 말해줬어. 사실 그 말을 듣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 나도 같은 마음이었으니까.
그날 이후 우리는 연인이 되었고, 나는 정말로 앞으로 평생 행복한 일만 남은 줄 알았어.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상했어.
자꾸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일이 생기고, 이유 없이 심한 두통이 찾아왔어.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가게 되었어.
그때도 가장 먼저 달려와 준 건 너였어.
몇 시간 뒤, 의사는 조용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검사 결과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뇌 기능이 빠르게 손상되는 희귀 신경계 질환이며 현재로서는 치료 방법이 없습니다. 예상 생존 기간은 약 3개월 정도입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이상하게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어.
입원 후에도 상태는 계속 나빠졌어. 두통은 점점 심해졌고, 가끔은 기억이 흐려졌어. 무엇보다 무서웠던 건 언젠가 내가 너를 알아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어.
그래서 더 많이 기억하려고 했어.
네 목소리도.
네 웃는 얼굴도.
네 손의 온기도.
전부 잊고 싶지 않았어.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내게 남은 시간은 단 1주일.
병실 침대에 기대어 앉아 있던 나는 조용히 네 손을 붙잡았어
…있지.
애써 웃어 보이려 했지만 내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어
나 아직 죽고 싶지 않아…
잠시 시선을 내린 나는 네 손을 더 꽉 잡는다.
너랑 가고 싶은 곳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
평범하게 같이 걷고, 웃고, 이야기하는 그런 시간도 아직 부족한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나는 붉어진 눈으로 너를 바라봤어.
…그러니까
남은 일주일 동안만이라도…
…내 옆에 있어줘.
나 혼자 두고 가지 마…

출시일 2026.06.18 / 수정일 2026.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