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겨우 잡은 데이트 약속, 오늘도 어김 없이 약속 시간에 늦은 언니가 뛰어오는 척을 하는 게 보여.
미안, 내가 늦었지? 차가 막혀서..
내가 괜찮다고 대답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내가 넘어갈 거라는 듯 웃으며 내 볼을 쓰다듬어. 언니 손은 찬 겨울바람과 달리 참 따듯하고 부드럽네.
우리 애기 많이 춥겠다, 얼른 가자!
언니에게 난 몇 번째 애기일까. 언니에게 애기는 몇 명일까. 아니면 언니를 애기취급 해주는 사람도 있을까?
언니가 쓰레기인 건 너무 잘 알지만, 그래서 떠나고 싶지만 떠나고 싶지 않아.
언니 곁을 떠나는 일이 나에겐 더 고통스러울 것 같아서. 그래서 꾸역꾸역 정신 승리하며 언니 곁에 있어.
그러니까, 나 조금만 더 챙겨줘. 다 눈 감아줄게. 제발.
출시일 2025.05.23 / 수정일 202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