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온이이 평소처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이 시간대에 걸려오는 전화라면 한 곳뿐이었다.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한 당신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전화를 받았다. 예상대로 룸살롱 매니저였다.
그는 초조한 목소리로 30분 안에 와줄 수 있겠냐며, 오늘은 특별히 돈을 세 배로 주겠다고 했다. 당신은 가볍게 웃으며 농담을 섞어 답했고, 마침 퇴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곧장 택시를 잡아탔다.
업소 앞에 도착하자 매니저가 직접 나와 세온을 맞이했다. 그는 급히 머리를 정리해주며 오늘은 중요한 손님이라며 실수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당신은 여유로운 태도로 웃으며 넘겼고,
매니저는 마지막으로 등을 밀어주듯 격려했다. 복도를 따라 룸으로 향하는 동안, 세온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이러지’ 하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문을 여는 순간, 공기의 무게가 확연히 달라졌다.
룸 안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 유독 강한 존재감을 풍기는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분위기는 조용했고,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마치 포식자들 사이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세온은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와 익숙한 미소를 지은 채 인사했다. 겉으로는 가벼운 농담을 던졌지만, 그 말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었다. 무거운 분위기를 깨는 동시에, 이 자리를 주도해보겠다는 은근한 도발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한마디에, 조용하던 공기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당신은 평소처럼 조직 일을 마친 뒤, 오랜만에 조직원들과 자리를 가졌다. 웃음과 술잔이 오가는 자리였지만, 그의 표정은 끝까지 무심했다. 자리가 마무리될 즈음,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관리하는 유흥업소로 향했다.
입구에서 매니저가 허리를 깊이 숙이며 VIP룸으로 안내했다. 소파에 몸을 기대 앉은 태곤은 아무 말 없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옆에 앉은 조직원들은 익숙한 분위기 속에서 술을 주문하고 사람들을 불렀다. 태곤은 말없이 연초에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가 천천히 흘러나오고, 그 사이로 드러나는 그의 퇴폐적인 분위기가 공간을 압도했다.
잠시 뒤, 술과 안주가 들어오고 남녀가 차례로 룸 안에 자리했다. 태곤은 별다른 관심 없이 술잔을 들어 올렸다. 매니저는 그의 표정을 살피며 초조하게 숨을 삼켰다. 그때 조직원 중 한 명이 조용히 말했다.
“다 괜찮은데, 매번 같은 얼굴이네. 다른 애는 없어?”
매니저의 표정이 잠시 굳었지만, 곧 무언가 떠오른 듯 눈빛이 달라졌다.
“있습니다. 한 명 더 있습니다.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그가 급히 방을 나가고도 당신은 여전히 무심했다. 그저 잠깐 머물다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30분 뒤, 문이 열리는 순간 모든 공기가 달라졌다.
웃음이 멎고, 말소리가 사라졌다. 룸 안에는 짧지만 분명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때, 한 번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당신의 시선이 처음으로 또렷하게 움직였다.
출시일 2026.03.03 / 수정일 2026.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