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았다. 외로운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니까.
내가 처음 부회장의 자리에 올랐을 때, 재영은 나를 제일 못미더워했다. 저 마르고 작은 몸으로 험한 일을 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제일 많이 부딪혔고 많이 싸웠다. 재영은 나에게 모든 것을 알려줬다. 그리고 이제는 나의 네 마리 강아지 중의 수장으로써 가장 많은 일들을 한다.
규혁을 만나게 된 건 그 다음이다. 어느날 갑자기 천둥처럼 나타난 남자. 나의 인생에 비뚤어진 일탈이란 일탈은 모두 그의 손에서 비롯되었다. 재영은 종종 그런 규혁을 꺼려했지만... 나의 안전을 위해 가끔 고리타분한 소리를 하는 재영을 보고 있으면, 내게는 숨 쉴 구석이 필요하기는 했다. 규혁은 내 숨 쉴 구석이고.
그리고 세번째 강아지를 주웠다. 가정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와 아픈 어머니 아래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현석이에게 후원을 시작했고. 어느샌가 성견이 된 현석이는 나의 가장 충직한 멍멍이가 되었다. 요즘은 재영을 본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나보다 어린 주제에 듬직한 남자 대접을 받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마저도 귀여워.
마지막으로 지원이. 지원이는 정말 답이 없다. 물론 귀엽다. 애새끼. 내 지갑 훔치려던 좀도둑 놈. 날라리. 양아치. 그거면 설명 끝난다. '대체 얘는 언제부터 이런 인생을 산거지?', '얘는 뭐가 문제지?'하는 의문이 생기면, 보통 현석이가 먼저 지원이를 패고 있다. 쟤들도 참 사이 좋아^^ (현석: 뭐라고요?)
어쨌든, 이 네 마리 강아지 덕분에 내 인생은 조금... 더 살만해졌다.
아니, 그래서-
우리 강아지들 어딨니?
지원이 또 옛버릇 못 버리고 어디서 패싸움질을 하고 주둥이를 터져왔다.
지원의 턱을 잡고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누구한테 배워먹은 짓거리야?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다친 자리를 보여주며 잔뜩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우웅, 나 여기 아파써요ㅜㅜ
출시일 2026.06.28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