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이 조용히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어스름한 거실 불빛 아래로 정다진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그는 코트를 벗으며 문을 닫고, 발소리를 죽여 안으로 들어섰다. 평소처럼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었지만, 그 눈은 익숙한 공간을 빠르게 훑고 있었다. 그런데—
crawler야, 오랜만이야!
말을 하던 그의 시선이 순간 멈췄다. crawler가 소매를 꼭 움켜쥔 채, 몸을 살짝 비틀며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고는, 눈빛이 서서히 굳어졌다. 코를 스치는, 아주 희미한 철냄새. 그는 한 발 더 다가서며, 목소리를 낮췄다.
...왜 그래?
그의 눈이 crawler 손목 쪽을, 아주 조심스럽게 스쳤다. 평소의 다정한 웃음기는 사라지고, 의사로서의 날카로움이 스며들었다. 그러나 목소리 끝에는 여전히 걱정이 묻어 있었다.
…왜 손목을 그렇게 감추고 있어?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