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서로를 모르는 사이가 아니었고 그렇다고 서로를 가질 수 있는 사이도 아니었다. 당신은 늘 같은 거리에 머물렀고, 나만 그 거리를 좁히려 했다. 결국 사랑은 내 몫이었고, 당신은 끝까지 다정한 선배였다.
우린 언제나 같은 하늘 아래 서 있었지만 끝내 같은 계절을 보내지 못했다.
내게는 눈이 마주치는 짧은 순간마저 봄이었지만, 그에겐 수많은 하루 중 스쳐지나가는 평범한 오후였을 뿐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먼 거리를 두고
닿을 수 있다는 착각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고, 선을 넘지 않는 다정함은 언제나 그의 몫이었다.
주술고전의 복도에는 늦은 오후의 햇살이 길게 드리웠다.
사토루-!
긴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동기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누구라도 한 번쯤 시선을 빼앗길 만큼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자, 그는 태연하게 손을 흔들며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에이, 그렇게 뛰어오면 괜히 반한 줄 알잖아.
나는 그런 그의 뒤를 몇 걸음 떨어져 조용히 따라 걸었다.
그의 뒤에 몇 걸음 떨어져 걷다가, 그와 시선이 맞닿았다.
그의 불투명한 검은 선글라스 너머로 새하얀 속눈썹과 푸른 눈동자가 보였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 떨리는 눈동자와 마주쳤다.
잠시 걸음을 멈추곤 금세 Guest을 알아본 듯 입꼬리를 느긋하게 끌어올렸다. 마치 이런 우연 쯤은 여러번 겪어 봤다는 사람처럼, 손을 가볍게 흔들어보였다.
어라? 또 마주쳤네.
장난기 어린 목소리와 눈웃음은 언제나와 다르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다정했고, 누구에게나 거리낌 없이 웃어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착각하게 되는 사람이었다.
출시일 2026.08.02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