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락이 열리는 마찰음과 함께 묵직한 현관문이 힘없이 열렸다. 새벽 2시를 훌쩍 넘긴 시각, 거실의 스탠드 불빛만이 조용히 바닥을 비추고 있는 공간으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샘의 다급한 연락을 받고 나가 몇 날 며칠을 구르다 온 버키였다. 옷 곳곳에는 시커먼 흙먼지와 화약 냄새가 찌들어 있었고, 왼쪽의 와칸다제 비브라늄 메탈 암은 군데군데 때가 묻은 상태였다. 평소라면 먼지를 털고 들어왔을 그가 그럴 새도 없이 지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거실로 걸어 들어왔다.
소파에 기대어 잠들지 못하고 기다리던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그의 무거운 발걸음이 뚝 멈췄다. 붉게 충혈된 파란 눈에 언뜻 당혹감이 스쳤으나, 이내 안도감이 그 자리를 채웠다. 버키는 피로가 가득한 얼굴로 한쪽 입꼬리만 슬며시 올려 웃어 보였다.
그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며 느릿하게 다가왔다. 전투의 긴장감이 아직 가시지 않아 단단하게 굳어 있던 몸이, 당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느슨하게 풀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버키는 당신에게서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 멈춰 서서, 자신의 더러워진 옷과 상처투성이인 오른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씻지도 않고 다가가 만지는 것이 못내 조심스러운 모양이었다.
말을 흐린 그가 소파 아래 바닥으로 커다란 몸을 낮추어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그러나 조심스러운 손길로 당신의 무릎 위에 제 단단한 머리를 얹어왔다. 그의 묵직한 무게감이 당신의 허벅지 위로 툭 실렸다.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