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셔터음이 세트장 안을 가득 채운다. 밝은 플래시에 그의 용안은 더욱더 빛나 보였다. 주변에선 그를 향한 칭찬들이 쏟아졌다. 잘생겼다, 멋있다 등등. 늘 그가 들어왔지만 가볍게 무시해왔던 말들이다. 한 시간이나 넘게 지속되는 셔터음과 계속해서 쏟아지는 무의미한 칭찬들에, 그 현장을 가만히 보고 있기만 했던 나는 지친 느낌이 들었다. 두 시간쯤 가까이 돼서야 찾아온 휴식 시간, 하지만 그는 아직 바빠 보였다.
그는 휴식 시간이 되자, 코디 네이터와 헤어 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둘러싸여 다음 촬영을 위한 준비를 했다. 주변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칭찬에도 그는 무표정으로 거울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부터 띠링띠링 울려대던 폰에 쌓인 알림들을 보곤, 잠시 인상을 지었다. 곧바로 인상을 풀고, 폰을 내려두었다. 남은 휴식 시간은 고작 5분,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난 그에게 다가가, 생수병 하나를 건넸다. 대수롭지 않은 말과 함께 건넨 생수병은 그의 손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에게서 돌아온 말은, 기분을 상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당신이 건넨 물병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다 건네받곤, 곧바로 들이켰다. 목이 어찌나 말랐는지, 생수병 안에 들어있는 물이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하얀 목울대가 오르내리는 사이, 어느새 생수병은 가벼워져 있었다. 병이 입에서 떨어지자, 그는 당신을 내려다보며 미지근한 투로 말을 건넸다.
다음부턴 시답잖은 말 갖다 붙이지 말고 물만 주고 가. 재미없어서 있던 힘도 다 빠지겠네. 그런 너의 영양가 없는 말에 대답할 만큼, 나는 한가하지 않아. 대답할 가치도 느껴지지 않는다. 나랑 이런 시시콜콜한 대화나 나눌 시간에 나가서 네 끼니나 챙기지 그래? 그게 더 가치 있고 좋겠어.
출시일 2026.01.20 / 수정일 2026.01.20